“그 사람은 말을 안 했고,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먼저 들어오고,
그다음이 사람인데
항상 내가 찾는 사람은 아니었다.
약속 시간은 지났고,
잔은 반쯤 비었고,
핸드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 사람은 늘 조금 늦게 왔고,
나는 늘 미리 앉아 있었다.
습관처럼.
그 사람을 처음 좋아하게 된 건
어떤 ‘순간’이 아니라
그 사람을 기다리는 내 모습이
어느 날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웃으면 고개를 끄덕였고,
내가 묻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조금은 나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건 참 쉬웠다.
‘괜찮아, 표현이 서툰 거겠지’
‘그냥 원래 이런 사람이겠지’
자기 위로는 언제나
이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어느 날은
내가 물었다.
“나 없으면… 심심하긴 해요?”
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그 사람의 대답이었다.
우리는 사귀지 않았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헤어졌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사라졌다.
요즘도 가끔 그 카페에 간다.
여전히 창가 자리는 따뜻하고
바람은 먼저 들어온다.
그리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 사람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조금 늦게 만나러 가고 있겠지.
오래토록 기억에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