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은
먼저 다가오는 쪽보다
먼저 멈칫한 쪽에서 더 깊어졌다.
손이 먼저 갔지만
닿지는 않았고,
눈을 먼저 마주쳤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기류는 몸이 아니라
숨 사이에서 생겼다.
피부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는데
공기가 뜨거워졌고,
말이 끊긴 순간
서로의 입술이 말보다 가까워졌다.
그건 욕망이 아니었다.
애써 눌러둔 감정이
조용히 몸 밖으로 새어 나오는 방식이었고,
무너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기울어지는 일이었다.
입술이 스친 순간보다
스치기 직전의 정적이 더 강렬했기에
우리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했다.
서로를 부른 적도 없었지만
모든 타이밍은
결국, 거기서 흘러내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