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데도 닿지 않는 계절 속에서

by 이소

가끔은


나만 빼고 다들 어디론가 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합격했다는 소식, 취직했다는 소식,

자기 일에 확신이 생겼다는 누군가의 말.

좋은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럴수록 내 자리는 더 선명하게 비어 보인다.


사실 나도 잘하고 싶다.

어딘가에 ‘도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근데 방향을 잡기도 전에

속도부터 따라가야 하는 것 같고,

뭘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뭘 해야 하는지는 계속 들려온다.


그래서 요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대신

“지겹지 않을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아해도 먹고살기 힘들면

그건 ‘취미’로 남고,

별 감흥 없어도 돈 되는 건

‘현실’이 된다.


꿈과 현실 사이에 선다는 말은

이젠 좀 지겹다.

나는 그냥,

조금 덜 후회하고

조금 덜 괴로운 선택을 하고 싶은 거다.


때론 길이 보이지 않아서 무서운 게 아니라,

길이 너무 많아서

어느 쪽이든 놓칠 것 같은 불안이 더 크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마음으로

내일을 생각하고 있다.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가끔은 아주 조용하게.


지금의 나는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조금 오래 생각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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