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사랑이란 말이 쉬웠다.
인형에게도, 햄버거에도, 친구에게도
“사랑해”를 아무렇지 않게 붙였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그 말이 너무 무거워졌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무언가를 지켜야 할 것 같고
책임져야 할 것 같고
끝까지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랑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사랑이라는 말은
자꾸 타이밍을 놓쳤다.
가족한테는 너무 늦었고,
연인한테는 너무 빠른 것 같았고,
나 자신한테는 어색했다.
그래서 이제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신
같이 밥을 먹고,
메시지에 하트를 붙이고,
집에 잘 들어갔냐고 묻는다.
그런 방식으로 나는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입에 올리지 않을 뿐.
말보다 더 오래 가는 게 있다면
그건 아마도
말하지 못한 사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