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를 읽고

2024.12.15.

by 김막스

우리 사회는 이름붙이기를 좋아한다

결혼 하셨는데 아이는 왜 없으세요?

저희는 지금은 안 갖기로 했어요

아 딩크네 딩크 좋죠 고민도 없겠네

그 순간 나는 그들의 거친 분류에 포획되고

내 앞 상대는 주머니를 뒤지며

딩크라 이름 붙은 안경 꺼내 쓰곤

나를 보기 시작한다

왜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는지는

궁금하지 않은채 귀를 막는다

왜 아이를 가져야하죠?

내 질문은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모두가 정답만을 지향하고 추구하며

또 요구받는 한국 사회

개개인이 내놓는 답을 신경쓸 겨를 따윈 없다

국룰만 따르면 본전은 치는 곳

내가 놓친 혹은 다음 도래할 국룰은 무엇인지

대세에 뒤쳐지지 않는데만 관심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설 속 영혜가 상징적으로 선택한

채식의 길을 포용하지 못하는

가부장적 사회의 밑낯을 보여준다


국룰로 주어진 육식의 삶은

침묵을 강요하는 정답 아닐까

거역할 수 없도록 폭력을 등에 업곤

“자, 입만 벌려 맛있는 고기 넣어줄게”하며

마치 생명의 근원이 육식에만 있는 듯이


지우엄마로 불리는 언니 인혜는

왜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영혜의 물음에

줄 수 있는 답이 없다

어쩌면 인혜야말로

나라는 자아는 지운채

죽음을 살고 있는 것 아닐까


빠르게 달려가는 앰뷸런스 안 영혜와 인혜

생명의 불꽃이 시들어진 쪽은 오히려

인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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