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2024.11.2.

by 김막스

어릴적 가본 한국 장례식장에서는

각자 떠들고 술먹기 바쁜 문상객과

손님을 맞느라 고생하는 정작 상을 당한 가족들

그 이상한 부조화에

어떻게 녹아들어야할지 몰라 어색해하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땐 어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장례식은 조금 달랐다

날짜를 정해놓고 주어진 시간 동안

정해진 틀에서 행사를 치르는 방식

그 중 클라이막스는

가족 중 한 사람의 고인을 기리는 스피치

고인이 어떤 분이셨는지를

가족 대표를 통해 기억해보는 중요한 시간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이야기는

아버지 장례식에서 시작하고

화장 후 주인공이 고인의 분골을 뿌리며 끝난다

주인공 딸이 장례식장을 지킬 때

아버지를 기억하는 문상객들이 불쑥불쑥 나타나

가슴 속 아버지의 모습을 털어놓는다

그런 그들의 진하고 구수한 사연을 들으며

때론 가볍게 때론 진하게 묻어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본다

내가 잘 알았지만 또 너무도 몰랐던 아버지

그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알았던 고인의 그 모습 그대로를 기억하고

이를 문상객들과 나누는 미국의 장례식과

반대로 문상객들이 전해주는 각기 다른 고인의 모습들

그 얼굴들을 마주하는 한국의 장례식

어떤 형식이 상주가 고인을 떠나보내기에

그리고 장례라는 예식으로 고인을 기리기에

더 적합할까


평생의 시간동안 이 땅에서 펼쳐진 고인의 얼굴들

그 얼굴들의 기억을 한 자리에 모아놓는 방법

설사 그 모습들이 서로 어우러지지 않더라도

또 내게는 낯선 모습들이더라도

죽음 이편에서 고인의 삶 면면을 기리기엔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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