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로부터 듣는 한국의 현주소
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아세모글루와 로빈슨이 낸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에서 한국은 중요한 예시로 등장한다. 한국전쟁 후 남과 북이 인위적으로 갈라진 후, 서로 다른 경제 성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로빈슨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성장에는 70년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포용적인(inclusive)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the real genius of the ‘South Korean model’ lies in how these advancements were institutionalized rather than relying solely on individual leadership
이처럼 집약적 경제성장은 사회에 어떤 여파를 가져올까? 바로 낮은 출산율이라고 골딘(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은 최근 논문에서 주장한다. 세대간 및 성별간 갈등(generational and gendered conflict)이 집약적 성장과 낮은 출산율을 이어주는 매개이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환경변화는 가치관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경제성장이 빨랐다면, 가치관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늦다. 기성세대 혹은 전통적 가치관을 유지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간의 갈등이 생겨나고, 그 결과는 낮은 출산율로 이어진다. 저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국(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미국을 포함한 6개국(영국, 프랑스 등)과 달리 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포용적 제도를 가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적 갈등이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출산율은 경제와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화와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해결책이 더욱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1.10일)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4만 2,334명으로 재작년보다 3.1% 증가"했다며 "9년 만의 합계출산율 반등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낮은 출산율(23년기준 0.72)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출생아수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는 단순 반등을 넘어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