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또 있다. 바로 주식시장 활성화에 대한 언급이다. 총재는 "우리 주식시장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 투자자들이 떠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들이 경쟁과 창조적 파괴 과정을 통해 주식시장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무엇이 문제일까? 아래 금융위가 제시한 표를 보면, 지난 5년간 우리나라는 주가지수 상승률 대비 시가총액의 상승률이 10배가 넘는다. 일본은 그 반대로 주가지수의 상승률이 더 높고, 미국과 대만은 두 상승률이 거의 같다. 무슨 뜻일까?
시가총액 = 발행주식수 x 주가이고, 주가지수 = 시가총액 / 기준시점의 시가총액이다. 두 지표의 상승률이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주가지수 산출에 쓰이는 시가총액에는 주식수 변화에 따른 물량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데 있다. 주가지수는 물량에 변화가 있을 경우 기업 가치의 변화가 없기에, 기준이 되는 시가총액과 현시점의 시가총액을 수정한다. 지수가 주식가격의 변동만을 반영하며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즉, 우리나라 시가총액의 상승(34.8%)은 대부분 자회사 분할 상장 등에 따른 상장회사수 증가(17.7%)에 기인한 것이다. 가격은 오르지 않고 주식수만 증가하여, 주주가 들고 있는 1주의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은 셈이다.
이른바 주식시장의 밸류업(value-up, 가치제고)을 위한 금융위원회의 방안이 오늘(1.21일) 발표됐다. 상장 기업의 가치제고를 목표로 크게 두 가지로 (1)기업의 진입(상장)과 (2)퇴출(상장폐지)에 대한 내용이다.
(1) IPO가 단기차익 목적이 아니라 기업 가치 투자로 바뀔 수 있도록, ➀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확대, ➁수요예측 참여자격·방법 합리화, ➂주관사 역할·책임 강화를 도모한다.
(2) 저성과 기업의 적절한 퇴출을 위해 상장 폐지에 대한 ➀핵심요건(시가총액,매출액,감사의견미달) 강화, ➁심의단계, 개선기간 등 절차 축소, ➂투자자의 거래 계속성 및 알권리 보완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그간 코리안디스카운트라 불명예스럽게 불리는 평가절하를 겪어왔다. 당국의 밸류업 방안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 윈-윈하는 건강한 시장으로 거듭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