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를 보고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영화 <서브스턴스>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그야말로 온 "몸"다해 펼쳐놓는다. 주제는 명료하다. 실제 주인공 대사이기도 한 "Take care of yourself (자신을 잘 돌보세요)". 여기서 자신은 자기 몸을 의미한다.
주인공 리즈(Liz)는 막 은퇴한 헐리웃 스타. 대중로부터의 인기가 시들면서, 제작사로부터 잘렸다. 타인의 관심이 사라질지언정,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은 지켜야했다. 리즈는 그러지 못했고, 몸을 제물로 바쳐 대중이 원하는 복제품 수(Sue)를 만들어냈다.
수의 몸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리즈. 똑같이 주어진 7일이지만, 리즈의 몸으로 사는 일은 괴롭기만하다. 스스로도 돌보지 않는 리즈의 몸. 수에게는 더더욱 이용의 대상이기만 하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다.
세월과 함께 변해가는 자신을 받아드리지 못하면, 복제품인 수뿐만 아니라 과거의 나 또한 적으로 돌변한다. 오늘 내 몸에 대한 권리는 오늘의 나만이 독점적으로 갖는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 갱신되는 그 소유권을 배타적으로 세상에 주장하는 일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괴물이 되어서야, 역설적이게도,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받아드리는 주인공. 거울을 보며 드레스를 꾸겨 입고 귀걸이를 찔러넣는다. 복제의 복제를 겪은 그녀에게 몸의 형태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몸을 초월한 자신만 있을뿐. 괴물로 현현한 수에게 세상은 사랑은 커녕 적대와 혐오, 그리고 죽음을 선사한다. 그 본질(substance)은 보지 못한 채.
영화를 보고 나오며, 나는 저 유명한 성서의 한 구절("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이 도치되어 떠올랐다. "네 몸을 사랑하라, 네 이웃과 같이". 몸과 이웃을 이렇게 상호호환적으로 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면, 영화의 대사처럼 "기억하라, 둘은 하나다. 균형을 지켜라. (Remeber, You're one. Respect the bal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