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한다는 것은
몸이 구체적인 시공간에 놓여있다는 것
내 자리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가
이 세상 어딘가에 보장되어 있다는 것
망망대해를 헤맨다고 자유가 찾아질까
드넓게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
거친 파도와 매서운 풍랑 앞
내 미약한 존재의 가벼움에 사무쳐
허무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한 곳에 마음을 두고 정착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으로 간들 무엇이 달라질까
무엇을 추구하든 그것 자체가 나를 채우지 못한다
기여코 손에 쥔다 한들 그때 뿐인 것을
주어진 자리를 끌어안는 것이 먼저다
제 자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그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머무를 줄 알아야
그래야 흘러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