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를 줄 알아야 흘러갈 수 있다

by 김막스

존재한다는 것은

몸이 구체적인 시공간에 놓여있다는 것

내 자리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가

이 세상 어딘가에 보장되어 있다는 것


망망대해를 헤맨다고 자유가 찾아질까

드넓게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

거친 파도와 매서운 풍랑 앞

내 미약한 존재의 가벼움에 사무쳐

허무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한 곳에 마음을 두고 정착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으로 간들 무엇이 달라질까

무엇을 추구하든 그것 자체가 나를 채우지 못한다

기여코 손에 쥔다 한들 그때 뿐인 것을


주어진 자리를 끌어안는 것이 먼저다

제 자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그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머무를 줄 알아야

그래야 흘러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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