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날
[여전히 비 내리는 뉴욕]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날이 찾아왔다. 나름 짧지 않은 여행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의 마지막 날 찾아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체크아웃 후 짐을 보관하기 위해 숙소의 데스크에 방문했다. 대부분 숙소들은 공짜로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정의 돈을 지불해야 짐을 맡아준다고 한다. '이것이 뉴욕의 인심인가?' 속으로 구시렁대었지만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했다.
숙소를 벗어나자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남미에서는 거의 날씨 운이 좋은 편이었는데 뉴욕에 와서는 날씨운이 영 따라주지 않았다. 4월인데 기온은 2도를 찍고 하늘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어쩌겠는가 비 오는 날도 여행의 일부인걸
[본토 파이브가이즈]
뉴욕에 온 이후로 많은 패스트푸드 점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치폴레, 칙필레, 할랄가이즈 등등. 근데 생각해 보니 아직까지 가지 않은 곳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파이브 가이즈'. 한국에 입점했을 때 오픈런을 해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줄이 길었기 때문에 감히 방문할 엄두도 못 냈던 곳이었다. 또 줄 서서 먹는 걸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호들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비 맞은 생쥐 꼴을 하고 브로드웨이 근처에 있는 파이브가이즈에 방문했다. 방문해 본 적은 없지만 한국에서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몇 가지가 있었다. '감자튀김이 정말 많다.', '쉐이크와 버거는 토핑을 얼마나 추가해도 무료다.'라는 말이었다.
"Hi" 알바생은 웃으며 나를 맞이해 줬다. "그냥 햄버거 하나랑 리틀 프라이 하나, 그리고 쉐이크 주문하려고 하는데요." "쉐이크 토핑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음.... 전부 다 가능한가요?"
알바생의 표정에서 흠칫하는 게 느껴졌다. "아마 그렇게 주문하면 쉐이크가 다 흘러넘칠 거예요" 당황스러운 주문에도 침착하게 응대하는 알바생이었다. "그럼 당신이 자주 먹는 쉐이크 조합 있을까요?" "전 보통 초콜릿, 피넛버터, 딸기, 바나나, 솔티드 캐러멜 조합으로 먹어요. 거기에 휘핑까지" "네 좋네요 그렇게 주문할게요" 다행히 쉐이크가 흘러넘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5분 정도 기다렸을까? 주문했던 메뉴가 나왔다. 감자튀김은 리틀사이즈로 시켰는데도 종이가방의 절반 정도를 채우는 듯했고 고소한 땅콩향이 퍼졌다. 햄버거는 사실 크게 특별한 건 없었지만 배 고픈 상태여서 그런지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쉐이크는 뭐 당연히 맛있었고
[브로드웨이와 뮤지컬]
뉴욕에서는 매일 수많은 뮤지컬이 펼쳐진다. 시카고,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과 같이 널리 알려진 작품뿐만 아니라 라이온킹, 알라딘과 같이 작품으로는 친숙하지만 뮤지컬로서는 생소한 작품들 역시 매일매일 공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 티켓들의 가격은 보통 140달러 이상. 요즘 환율로 하면 20만 원 정도는 내야 쓸만한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이런 비싼 가격 사이에도 한줄기의 빛 같은 곳이 있었다. 로터리라는 사이트에서 매일매일 추첨을 통해 35달러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었다. 물론 10번 넣어서 안 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한 번에 당첨되었다. 내가 당첨된 공연은 2024년부터 한국에서도 공연이 시작된 알라딘!
티켓을 들고 공연장에 입장하니 공연 중 먹을 수 있는 간식도 구매할 수 있었고, 알라딘 관련 굿즈도 판매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컬 관람 중 음식 섭취를 금기시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에서 뮤지컬은 꽤나 프리한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는 듯했다.
남는 자리를 저렴하게 즐기는 티켓이었다 보니 공연을 관람하기에 최상의 조건은 아니었지만, 남들의 20퍼센트 정도의 비용만 지불한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훌륭한 자리였다. 뭔가 유럽 귀족들이 이런 자리에서 공연을 즐기던걸 생각하면 조금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했고.
우리나라보다 프리한 분위기의 뮤지컬 관람이었지만, 당연히 공연에 관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후기만 전달하자면 공연의 퀄리티는 만족스러웠다. 그중 가장 걸출한 건 지니의 연기력. 자칫하면 유치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지니의 연기력으로 훌륭한 뮤지컬로 탈바꿈시켜줬다.
본래의 가격을 내고 본다면 망설이긴 하겠지만 35달러 정도의 금액이었기에 충분히 만족.
[뉴욕의 지하철 공연]
뉴욕 지하철역에서는 수많은 지하철 공연이 진행된다. 누군가는 뉴욕 지하철 역에서 공연을 진행하려면 뉴욕시의 인증을 받아야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의 실력을 본다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일지도...?
시간이 조금 남아 쇼핑을 할 겸 메이시스 백화점에 방문하기 위해 이동했다. 며칠 전 방문했을 때 신발을 구매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구매하지 않았는데 결국엔 구매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백화점 근처의 지하철역에 하차하니 이곳에서도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음 이 소리는 페루에서 듣던 소리?' 남미에서 많이 듣던 피리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많이 봤던 화려한 색의 판초를 입은 남자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남미에 방문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남미에 대한 향수를 제공해 줄 멋있는 연주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지하철 공연을 보기 위해 뉴욕을 다시 방문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양질의 공연들이 진행되니 뉴욕에 방문하면 꼭 즐겨봤으면 한다. 물론 즐겁게 관람했다면 팁도 지불하고.
지하철 공연 관람과 쇼핑을 끝내고 나니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의 시간이 다가왔다. 비행기가 일정이 밀려 며칠만 여기에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새벽 한 시의 늦은 비행. 14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나니 두 달 만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짧았던 나의 여행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