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을 따라가는 사람 Jul 04. 2022

[일상] 좌충우돌 텃밭 가꾸기 (3)

초대하지 않은 손님 - 환영합니다

텃밭을 가꾸면서 깨닫게 된 것이 두 가지 있다면, 바로 결과가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텃밭을 가꾸는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이었다. 그리고 이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덕분에 텃밭을 가꾸는 재미를 더 느끼게 되었다. 

초대하지 않았지만 텃밭에 알아서 방문하는 대표적인 손님은 바로 '잡초'다.

 잡초라고 뭉뚱그려 표현하기 미안할 정도로, 예쁘고 정감 있는 이름을 가진 풀들이 텃밭에 많이 찾아와 주었다. 가장 많이 본 것은 "괭이밥"과 "개망초", 그리고 "강아지풀"이다. 괭이밥은 흔히 클로버/토끼풀과 혼동하는 바로 그 풀이다. 그리고 개망초는 계란꽃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정말 익숙한 풀이다. 

이름과 꽃 사이의 괴리감이 큰 개망초(출처: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토끼풀이 아니라 괭이밥(출처: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보이는 족족 뽑아내고 솎아내지만, 하루 지나면 메롱~하고 다시 잎을 틔우고 꽃이 피어있다. 그리고, 부추 바로 옆에 부추와 비슷하게 생긴 풀도 자란다. 처음 싹을 틔울 때는 부추로 착각할 정도지만, 조금 지나면 잎이 자라는 모양과 부추 특유의 향이 없어서 "요놈 잡았다"를 외칠 수 있다. 


그 와중에, 이 또한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지만 반가웠던 두 가지 식물이 나타났으니, 바로 "딸기"와 "들깨"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두 녀석은 어디에서 왔는지 정말 모르겠다. 두 녀석(아니 각각 여러 개가 싹을 틔웠으니 두 종류라고 해야겠다)이 깜짝 방문하여 첫 인증을 남긴 것은 지난 4월 초였다.

 

4월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딸기와 깻잎


처음 이 녀석들을 보았을 때는 잎이 조그맣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식물 쪽에는 거의 문외한이라 어리둥절하기만 했었다. 잡초로 생각해서 뽑으려다가, 왠지 모를 친숙함(아마도 고기와 딸기를 많이 먹어봐서가 아닐까)에 며칠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심히 창대하였다.


5월 초에 수확한 딸기

사진으로 보아도 딸기의 모양은 확실하지만 크기는 작다. 그래도 총 24알을 수확하였고, 세 명의(!) 아들들에게 균등하게 8개씩 나눠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만족감을 느꼈으며, 분배에서 올 수 있는 불필요한 분란도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아이들만 맛볼 수 있었던 것은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우리 집 꼬마농부들의 텃밭 가꾸기 참여 의욕을 북돋우는 확실한 계기가 되어 주었다. 스스로 키워서 먹을 수 있다는 자각도 함께


상추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지금, 또 다른 깜짝 손님인 들깨는 꾸준하게 감사하게 먹을 만큼의 잎을 많지도 적지도 않게 나누어주고 있다. 부디 오래오래 머물러주길...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좌충우돌 텃밭 가꾸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