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folio != what you delivered at work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껏 쓴 글 중에, 포트폴리오 관련된 파트 1이 제일 반응이 좋네요. 이 맛에 글을 쓰나 봅니다.
첫째, 보고(듣는) 상대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둘째, 다양한 스킬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고르기
뭔가 이상하다. 당연히 있는 그대로, 작업한 그대로 담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저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니...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여기서 포트폴리오는 경연 대회에 상을 받기 위해 출품하는 작품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강점들이 잘 드러나게 하는 작업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내가 스티브 잡스처럼 결정권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내가 처음 디자인 한 것이 수정 없이 제품으로 나오지 못한다. 내가 고심해서 만들어 낸 디자인은 여러 번의 디자인 크리틱을 통해 수정된다. 이 수정된 디자인을 만들어 주십사 하고 개발 팀에 가져가면, 시간 내에 못 만든다며 퇴짜를 맞기 일쑤다. 힘들게 합의점을 찾아 수정된 디자인을 윗선에 보고 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은 날이 아니고서야) 바로 통과되는 일이 거의 없다. 적어도 한 두 가지 코멘트를 받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최종 제품에 들어간 디자인이 내 디자인인지, AI가 그린 디자인인 지 알 길이 없다.
그럼, 내 포트폴리오에는 이 마지막 수정본 (디자인_최종_최종(1)_진짜마지막_그만해_수정이 제안함_지시사항반영)을 올려야 하는가?
1) 최종 디자인이 본인 마음에 꼭 들거나,
2) 최종 디자인이 나오는 과정에서 배운 점(예를 들어, 협업하는 방식이나 유연한 자세)을 어필하고 싶거나
3) 수정하는 이유들을 조리 있게 잘 설명할 수 있거나
4)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그 수정된 디자인이 사용자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때
그 마지막 수정본을 포트폴리오에 넣을 것 같은데, 그래도 수정본만 올리는 것으로 만족할 것 같지 않다.
파트 1에서 포트폴리오는 스토리 텔링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한 작업을 내가 했다고 거짓말하는 건 절대 안 되지만, 포트폴리오 리뷰 시 단골 질문인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면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가?"에 답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이 프로젝트가 더 빛날 수 있는 추가적인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예를 들어, 반응형 웹 디자인 프로젝트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번 단계에서 모바일이 포함되지 않아 웹 디자인만 일단 론칭이 되었고 그 모바일 단계는 내가 안 했거나, 아니면 하는 도중에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고 하면, 나는 모바일 디자인을 따로 해서 포트폴리오에 넣고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 것 같다. 발표할 때는, 솔직하게 외부 사정으로 웹만 론칭이 되었지만 만일 모바일까지 진행을 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라고... 마이크로 인터액션까지 넣어서 보여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예전 회사에서 디자인 디렉터 뽑는 인터뷰에 포트폴리오 리뷰를 하러 들어간 적이 있다. 처음 발표한 프로젝트는 큰 대기업의 디자인 시스템을 여러 팀과 협업해서 만든 걸 자세히 보여줬었고 그다음, 자신이 추가적으로 한 디자인 작업을 한 장씩 보여줬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 (탄탄한 기본기) 앞에 그 누구도 실제 디자인 적용된 제품과는 어떻게 다른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곤 회사로 들어와 새로운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일주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서 포트폴리오에 올릴 만한 작업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발표는 일주일 내내 연습하면 는다. 엄청 는다. 정말이다. 웬만하면 한국말이어도 스크립트를 다 적는다. 적고 읽고 수정하고를 엄청 반복한다. (주변에 친구가 없다면) 본인 발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에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을 다듬어 간다. (사실, 친구를 먼저 만든다가 선행되어야 한다.) 주변에 잘 들어주는 친구나 가족 있다면 그 사람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계속 연습한다.
나 역시도 첫 직장을 잡기 전까지 너무 많이 떨어졌었다. 운이 좋게 온사이트까지 가서 정말 많이 떨어졌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발표 스크립트를 계속 개선해 나갔고, 마지막 온사이트를 볼 때는 키노트를 보지 않고도 45분 동안 열심히 떠들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했기에 그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아직까지 생각한다.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연습이고 당연히 하면 할수록 늘기 때문에, 정말 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미리 가지 않아도 되는 회사들과 인터뷰를 한 뒤에 보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는
- 나라는 사람을 알리기 위한 스토리 텔링이며
- 내가 이제껏 무얼 했었고,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리는 자리이며
- 왜 그 경험과 재능이 지금 이 회사의 이 포지션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어필하는 자리이다.
- 그렇기 때문에 시간 순서 말고, 듣는/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각색하고 때로는 MSG도 적당히 버무려서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