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히 일년이 걸린
이렇게 빨리 끝날 수 있는 거였다니.
얼마 만에 마음 편히 집에 있는 것인가. 물론 완전한 해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곳에서 나가고 몸무게가 떨어질 수도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몸무게를 검사하세요.‘
그럼에도 이게 어디란 말인가.
그래, 딱 저체중만 벗어나 보자. 정상 체중 안에만 들어보자.
빼는 것보다 찌우는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간과했다.
나는 아직 정신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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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개월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상담사의 소견서를 보여주니 병원은 별 말 없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내 무게를 재었다.
처음 시작은 38kg. 일 년 전에 이곳에서 재었던 것과 정확히 같은 무게였다.
일주일에 0,7kg 중량이라는 시설의 계획에 따라 나 또한 초반에는 그리 계획하였다.
섭취 칼로리를 높이며 동시에 다시 운동을 시작하였다.
산책 시간을 가지고 좋아하던 요가를 따라 했다.
그리고 동시에 몸무게는 불기 시작하였다.
38kg이 40kg이 되는 것은 불과 2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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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표에 따라 몸무게의 숫자는 점점 늘어갔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내 심장은 요동쳤다.
몸이 불편했다. 단지 숫자의 앞자리가 바뀌었을 뿐인데 괜한 상상이 들기 시작했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 위로 겹쳐 보이는 거대한 돼지 한 마리. 혀를 깨물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저건 내가 아니야.
나는 돼지가 아니야.
빌어먹을 생각들은 계속해서 나를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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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잡고 다시 중량을 시작했다. 빠르지 않게 하지만 꾸준하게. 돋시에 부정적인 감정들을 떨쳐냈다.
불안함을 떨치고 흰쌀밥을 먹었다. 근 일 년 만에 먹어보는 따뜻한 흰쌀밥이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같은 메뉴로 밥을 먹었다.
그래, 이게 집밥이었지.
오랜만에 먹는 아빠의 밥은 맛있었다.
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료가 늘었다.
몸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활력이 생겼다. 나를 괴롭히던 불면증도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에너지가 생기니 저절로 날카롭던 신경이 부드러워졌다.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났다.
중간중간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근 3개월 간 정체기가 온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나는 목표였던 정상 범위에 도달했다.
또한 극심했던 음식 강박증에서 벗어났다.
그래, 드디어 내 몸이 원래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부모님은 수고했다며 격려를 보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가족의 애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