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DO IT, TOO!
지난 10편의 글을 통해 하버드 의대에 관한 정보, 입학원서 접수 과정, 하버드 의대가 세계적 리더를 교육하는 이야기 등을 공유하였다. 이번에는 딸애와 나의 경험을 비추어 어떤 개인적인 역량이 하버드 의대 입학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까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오늘은 패런팅 Parenting에 관한 얘기다. 솔직히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였을까와 부모로서의 나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를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갑작스러운 재난과 무모하기까지 했던 나의 섣부른 결정으로 인해 우리 세 가족은 미국이란 낯선 땅에서 외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우리의 23년 미국 생활을 돌아보면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지는 토네이도를 몸으로 부딪히며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었고 나의 자녀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엄마의 두 팔이 허공을 저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몸부림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라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각박한 상황 속에서 우리 셋을 지켜준 요인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미국이 좋아서 떠나온 이민생활은 결코 아니었다. 그 당시 홀로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워 나갈 자신이 없었고 오히려 낯선 미국에 희망을 걸 수 있었다는 건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없을 것 같다. 전세금을 빼서 미국에 왔지만 깨진 독의 물처럼 돈은 슬슬 재빠르게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정말 가진 것도 없었고 형편없는 영어 실력으로 이 미국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혼자 기를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었다. "그래 순영아, 어쩔 수 없잖아... 물질적으로 해주고 싶은 건 약간 뒤로 미루자. 부모는 자녀에게 거울 같은 존재라고 했어. 내가 하는 행동을 아이들이 매일매일 보고 배울 거야. 열심히 사는 모습, 그 모습만이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선물이야."
“Having a child is like getting a tattoo … on your face. You better be committed.”
Elizabeth Gilbert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의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자녀와 부모 간의 관계를 재미있게 얘기한다. "자식은 문신과 같아, 그것도 얼굴에다 하는. 일단 자녀가 생기면 최선을 다해야 해."
난 아이들이 훗날 한국말과 영어, 두 언어를 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랬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내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안 되는 영어가 하루아침에 유창해지긴 만무하겠지만 내가 한국말이든 영어든 당당하게 사용한다면 아이들도 그 당당함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난 영어를 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 미션 mission를 나 자신에게 상기시켰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수없이 많은 미국인들의 파티, 모임에 참석을 했다. 시끄러운 파티장에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자기 이야기를 전하려고 애를 쓰던 그 옆에서 꿔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서서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일 때면 날 데려간 친구는 "You are not supposed to laugh at this moment.... 지금은 웃을 상황이 아냐...." 하며 난처한 기색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영어가 하나도 들리지 않고 기나긴 3-4시간의 파티를 그야 말고 인내로 참고 견뎠던 것 같다. 6개월이 지난 후 내 귀는 영어를 조금씩 인식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 이후엔 나도 대화에 참여를 하고 있었다. 미국 이민자들 사이에서 "영어로 꿈을 꾸면 이제 영어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라는 얘기가 있다. 8개월쯤 되어서 영어로 꿈을 꾸었을 때 그 행복했던 감정은 오래오래 내 맘속에 지속되고 있다. 난 그렇게 영어를 배우면서 미국의 문화를 서서히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아이 둘과 함께 싱글맘의 미국 생활은 정말 바빴다. 영어로 경제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나는 아이들 교육에 많은 부분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필요할 때 얘기해, 엄마가 도와줄게."라는 말이 내가 할 수 있었던 최고의 배려였다. 어려울 때 반드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서로 간의 신념은 내가 경제활동을 하는데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아이들은 독립심을 기르는 가장 원초적인 에너지가 되었던 것 같다.
To be trusted is a greater compliment than being loved. -George MacDonald
C.S. 루이스의 스승, 조지 맥도널드는 "신뢰받는다는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더 큰 칭찬이다"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가슴이 따뜻하고 훌륭한 사람이 많단다. 높이 날아서 세상의 훌륭한 사람들로부터 귀한 걸 배우렴. 엄마는 옆에서 함께 뛰어주는 조력자 역할을 해줄게."나는 일찍부터 내가 아이들을 교육시키는데 부족함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가르침전에 조력자가 되는 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나의 역할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방법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내가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달렸다. 딸애가 유독히 똑똑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려졌다든지 많은 상을 받거나 그러지는 못해다. 딸애는 항상 본인은 부족함을 알았고 어릴때부터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우리의 경험으로 보아 하버드 의대는 절대 닿지 못하는 곳에 있지 않다. 하버드 의대는 세상 어디에서나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자아를 일구어 나가는 학생들을 언제가 최선으로 찾고 있음을 명심하자. 만약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 보고 내 이야기가 약간이나마 자녀분들의 미래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될 수있다면 좋겠다.
#미국이민 #경험 #개인역량 #운명 #사랑 #신뢰 #신념 #패런팅 #부모 #싱글맘 #조력자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