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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ug 21. 2024

소소한 내 일상

여느 때처럼 속초에 내려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님의 거울에 냉담한 천주교 신자의 눈에 꽂힌 작은 카네이션 브로치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 성당에서 받았던 그 브로치와 같은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반가워 “어머 천주교 신자세요 “?

“아니오.. 저희 집 안은 다 개신교예요. 저희 집안은 목회자도 있지만, 저는 교회 안 다녀요. “


그 이유인즉…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던 택시 기사님은 몇십 년 전, 서울에 상경해 모 여고 선생님이 되어 약혼도 한 달 앞둔 작은 누나를 연탄가스 사고로 잃었는데…그 뒤로부터 냉담하며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에서 내려온 부모님은 시장에서 난전을 하셨고 그런 부모님을 대신해 누나가 자기를 키웠다고 했다.

친구들이 절음발이 라고 놀릴 때마다 둘째 누나가 자기를

지켜주고 누나가 없더라도 세상을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는 용기를 가르쳐 주셨다고 한다. 가슴이 미어질 것 같다는 슬픔은  누나의 장례식에서 처음 느껴봤고 그런 누나가 아직도 사무치게 그립다고 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욕심도 사라져 서울 생활을 접고 이곳에서 택시 기사를 하며 소소하게 살아간다고 했다.


늘 너무 피곤한 상태라 택시를 타고도 말을 잘하지 않는 나인데… 오늘따라 택시 기사님과 대화를 하며 또 세상을 배웠다.


다들 바람 잘날 없는 세상을 살아가며 이 세상이 내 뜻대로, 내 바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점점 배우게 된다.

각자 아픔을 가슴 한편에 묻어두며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맡기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나도 하느님의 뜻대로 그 안에서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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