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몸살이 났는데 아침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한 시간 뒤 전화해서 물어보니, 외국인 학생 인턴십 과정 보내놓은 호텔인데 출입국에서 자기네 호텔을 들이닥쳐 하우스키핑 (불법체류) 사람들을 다 잡아갔다고 한다(여기서는 사람에게도 잡아갔다는 표현을 쓴다, 같은 사람이지만 워킹 비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인간의 존엄성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우리 학생(방글라데시 국적)이 걱정돼서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전화했다고 한다. 사실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전화였다. 내일처럼 생각해 주니, 그저 고마운 일이다.
최근 강원도, 특히 관광도시로 특화되어 있는 강릉, 속초, 고성, 양양 등지에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은 매몰차리만큼 혹독하게 단속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임에는 마땅하나, 대책도 없이 단속을 나와 관광지의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는 인구소멸지역으로 호텔, 관광지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들이 펼쳐지지만 가장 시급 한 건 인력난이다.
예를 들면, 우리 학과학생들은 현재 100% 외국인
학생인데 이들은 D2비자로서 숙박업에서 파트타임을 할 수 없다. 이곳은 강원도내 유명 관광지로써 호텔 숙박업이 대부분이다. 호텔경영학과를 다니면서도 이곳에서 제대로 된 실무 경력을 쌓을 수 없는 것이다.
법무부에서 D2 비자는 숙박업에 파트타임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이유는 모른다, 그저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면, 서비스 불만족으로 나타나고 국내 관광 서비스 불만족은 결국 해외여행 선호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결국은 이것은 같은 대한민국 아래 정부조직인 법무부와 문체부의 전형적인 비협업 사례이다.
강원도 내 호텔 관계자들은 성수기만 되면 인력이 부족해 아우성을 지른다. 강원도뿐만이 아니다. 지방의 다른 인구소멸지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관광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의 가게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그 누구도 식당에서 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늘 일할 사람을 못해 휴가철에는 온 가족을 다 동원해서 하루살이처럼 식당을 꾸려나간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논문도 써야 하고 행정일도 밀려있지만 내 휴가를 쓰고 엄마 식당에 아르바이트하러 간지 일주일째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인구 소멸지역의 지방 소도시에서 허드렛일 할 사람을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게 단속을 할 거면 학생들 D2비자라도 숙박업에서 파트타임 가능하게 허용을 좀 해주던가….
제발 실정도 모르고, 책상 앞에서 펜대만 굴리는 탁상공론의 방식으로 처절한 현실을 무시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