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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기도하다

by 리즈

그런 공포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비가 미친 듯이 내렸다.

뇌우를 동반한 폭우를 고속도로에서 만날 줄이야..


와이퍼는 계속해서 움직이는데

앞은 보이지 않고 내 느낌대로 운전했다.

비상등을 켜고 저속으로 운전했는데

내 옆차선에 큰 트럭이 올 때면 부딪힐 것 같아

그때마다 살려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주기도문을 미친 듯이 읊었다.

하느님이 계신다면 살려만 달라고 울부짖었다.


오늘 아침 확실하게 임테기를 통해 확인한 시험관 3차 실패의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와서 운전하며 더 서럽게 울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 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주기도문과 성모송을 반복하다 40분을 가다 보니 비가 좀 멈췄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최악의 경험이었다

아니 그 이상으로 공포스러웠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살려 주셨다.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자연이 주는 공포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한 생명을 간절히도 바랬다.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진심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적어도 세 번째 시험관 도전에서는 기회를 주실 줄 알았다.


호르몬 탓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내 심경의 변화.. 전날에는 잠이 쏟아져서 낮잠을 잠깐 잤는데 꿈속에서 햇살이 가득 비치며 아기 얼굴이 보이는 것이었다. 너무 경이로워 자세히 보니 눈밑에 점도 있었고 얼핏 보니 남자 아기의 얼굴이었다.

꿈에서도 믿기지 않아 다시 아기 얼굴을 보니 이번엔 점의 위치가 바뀌어져 있었다.

세 번째 다시 또 아기 얼굴을 확인하려고 보니

아기의 얼굴은 사라졌고 꿈에서 깨어났다.


사실… 태몽인 줄 알았다. Chat gpt에게 물어보니

꿈은 나의 생각과 의지가 투영되어 나타나는

것이라며 곧 엄마에게 올 아기가 엄마에게 인사하는 거라고 말해 주었다. 엄마 곧 갈 테니 기다리라고…


아무것도 안보인 채로 운전하다 보니

오롯이 신에게만 의지한 시간이었다.

사실, 성당도 매주 안 나가는 신자가 말하기엔 너무 부끄럽고 면목 없지만 이렇게 힘들때는 하느님을 찾게된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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