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 없는 상담사의 공동육아 이야기 #2
“계약했어”
“뭐?”
“우리 어린이집 계약했다고”
둘째 아이 낳으려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다. 함께 공동육아준비 모임을 했던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갑자기 근처에 매물이 나왔다고, 1년 단기 계약을 했다는 얘기였다. 추진력이 남달랐던 엄마라 의심의 여지가 없다. 드디어 2013년 5월 준비모임 1년 만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둘째 아이가 3월생이니 개원까지 2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 산후조리하고 한 달쯤 되었을 때부터 터전(공동육아는 어린이집을 터전이라 부른다.)에 나갔다. 공간이 마련되니 일은 그야말로 일사천리.
육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 요리에 관심이 있든 없든, 요리를 잘하든 못 하든, 아이들에게 좋은 거 먹이고 싶어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아이 이유식이 시작될 무렵부터 각종 육아서에 나와 있는 단계를 밟아가며 대부분 생협에 가입한다.
생협도 우리나라에 여러 개 있지만, 한살림이 가장 인지도가 높았고 비교적 접근성도 좋았다. 우리 준비모임도 한살림 지역 모임에서부터 시작했다. 지역 매장을 중심으로 한 각종 모임 중 공동육아에 관심 있는 엄마들을 1년 동안 모았다. 매주 한 번씩 모여 책도 읽고 아이들 육아 고민도 나눴다.
사실 처음 1년은 함께할 사람을 모으는 일이 전부였다. 어떤 일이든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사람’ 아니던가. 그리고 한가지. 어떤 모임과 일이든 그 시작은 셋이면 충분하다.
‘3의 법칙’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2008년도 EBS 다큐프라임에서도 실험했던 3의 법칙. 실험은 간단했다. 번화한 건널목에 특정 행동을 하는 사람이 1명, 2명일 때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다 3명이 같은 행동을 하자 모두 그 행동을 따라 했다. 스탠퍼드대학의 필립 짐바로도(Philip Zimbardo) 심리학 교수는 3의 법칙을 이렇게 말했다.
“세 명이 모이면 그때부터 집단이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그것이 사회적 규범 또는 법칙이 되고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왜 세 명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소 3명이 모이면 하나의 움직임이 됩니다. 3의 법칙은 상황을 바꾸는 구체적인 힘으로 작용합니다.”
몸소 경험한바 사실이었다. 강력한 동기를 가진 3명이 시작하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강력한 동기’와 ‘3명’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강력한 동기는 세 명 모두 기존의 어린이집이 아닌 대안이 있다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싶다는 의지였던 것 같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 경험이 있는 엄마가 그 대안을 제시했고, 협동조합 활동 경험이 있는 엄마가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난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갈 엄마들을 찾았다. 결국, 콘텐츠와 시스템, 그리고 사람이었다. 앞으로 내가 경험한 공동육아를 콘텐츠와 시스템, 그리고 사람으로 풀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