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 없는 상담사의 공동육아 이야기 #3
“참여를 얼마나 해야 하나요?”
“어느 정도 참여할 여건이 되시는데요?”
“그냥 기본만 할 수 있을 건 같은데...”
“저희 기본만 하면 돼요. 근데 기본이 전부입니다.”
초기 공동육아의 ‘공’자도 모를 때 신입 원아를 모집해야 했다. 대부분 질문은 얼마나 부모가 참여해야 하냐는 질문이었다. 지금도 면접까지 보고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지만 ‘이렇게 할 게 많은 줄 알았으면 안 보냈을 것 같다’ 한숨 쉬는 신입 조합원이 많다.
요즘 ‘공동육아’란 말이 너무 흔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고 넘어가야겠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정확히 말해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을 말한다. 쉽게 말해 부모가 조합형태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곳이다. 운영을 일반 가정어린이집처럼 원장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조합이 함께 운영한다. 그 말은 모두가 주인이란 얘기이면서 아무도 주인이 아니란 얘기기도 하다.
가장 작은 단위의 20인 가정어린이집 수준을 운영하려면 최소 10가정 이상의 조합원이 구성된다. 요즘은 외동이 많고 첫째를 공동육아 어린이집 보냈다고 해서 형제를 다 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 대체로 16~18가정이 된다. 한 가정당 의결권이 있으니 대략 16명 정도가 원장이라고 보면 된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져 온다. 결국, 운영하는데 일의 양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라 사공이 많아 힘든 것이다. 물론 운영을 모두가 똑같이 하지는 않는다. 매해 이사회가 전반적인 운영을 논의하고 필요에 따라 전체회의를 소집해서 의견을 취합해 운영한다.
그래도 어쨌든 모든 의견을 취합해야 하니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게 되어있다. 누구는 동쪽으로 가고 싶어 동쪽으로 열심히 노를 젓고, 누구는 서쪽으로 가고 싶어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는다. 그러다 이도 저도 싫은 누군가 거기에 닻을 내려버린다. 그럼 그 배는 어떻게 될까? 내 경험상 그런 현상이 극에 달하면 침몰한다. 비슷한 시기에 생겼지만 끝내 문을 닫은 곳을 실제 보았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대부분은 그런 과정을 겪으며 ‘아 우리가 한배를 탔구나’ 인식하게 되고 그 속에서 합의점을 찾아간다. 물론 그 과정이 사실 쉽지는 않다. 그래서 종종 졸업할 때까지 한배를 타지 못하고 탈퇴하는 조합원들이 생긴다. 여기서 방점은 그럼에도불구하고 대부분 터전이 살아남아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터전도 여러 번 위기를 넘겼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부부 사이에도 자식 문제로는 의견이 안 맞아 갈등이 많은데 하물며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여 아이를 키우니 어찌 갈등이 없겠는가. 터전이 없어질 위기를 여러 번 넘기고 깨달았다.
‘아... 공동체도 생명체구나!’
공동체도 아이가 태어나는 거와 같아서 이미 한번 태어나면 하나의 생명체다. 웬만해서 죽지는 않는다는 애기다. 다만 때로 아프기도 하고 때로 잘 먹지 못해 비실대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 상황을 견디며 면역력을 키워 성장하듯 아프면서 큰다.
우리 터전도 태어난 지 9년 차가 되었으니 이제 아주 신생아 단계는 벗어났다. 24시간 누군가 풀로 돌보지 않아도 그럭저럭 돌아는 간다. 최근에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니 유년기도 곧 지나지 싶다. 신기하게 공동체는 위기 속에서도 자란다. 그 믿음이 생기고부터는 너무 아등바등 애쓰지 말라 얘기한다. 혹여 나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열과 복통에 시달려도 공동체의 가치를 알고 견디는 단 몇 명으로도 아이는 살아난다. 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몸에 탑재하고 더 건강하게 자란다. 그게 생명체가 자라는 원리다.
그래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하지도 말라. 그리고 너무 두려워도 하지 말라! 최소한 그 배 위에서 함께 있다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혼자는 불가능하지만 함께여서 힘들면서도 가능한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