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수 Nov 14. 2022

한 술을 더시면

11월이  되면 조석으로 쌀쌀한 기운이 돈다. 구름 사이로  해가 나오면  반갑다. 

따뜻한 양지가 생각나는 계절이 성큼 다가온다.

올 해는 고물가와  오른 난방비가  더 걱정이다. 그래서인지  볕을 쬐고 있는  길가의 어르신들이 더 추워 보인다.


#무명의 기부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두 달에 한번 꼴로 나타난다. 헬멧을 쓴 채로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동전 등 을 건네며 하는 말이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 주세요"

이 돈은  의수인 손으로   고물과 폐지를 주워 팔아서  만든 것이다.

고마움에 "차 한잔 하시죠"하면

"괜찮습니다." 하며 오히려  주머니에서  사탕 몇 개를  꺼내 주면서 미소 짓는다.  

기부처리를 위해서  이름이라도 물으면 정색을  한다. 그는 이렇게 7년 동안 120여 만원을  이름 없이  기부했다.


자기도 어려운데  더  힘든 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의 뒷 모습이  정말 크게 보였다.


#청연서

영화 '봉오동전투'는 만주에서 일제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독립투사들의 활약을 그렸다.  통쾌했다.

하지만 일제는 그 앙갚음으로 마적대 토벌을 빌미로 우리 민족을 학살한다. 간도 참변으로 우리 동포들은 아사지경에 이른다. 이때 임시정부 하에서 적십자는 구제활동을 펼친다.  


이를  호소하는 청연서의 내용 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여러분께서  조석에  한 술을 더시면 한 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 것이요. 두 술을 더시면  두 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것이외다." 백만 조난 동포의 구제를 호소했다.


이런 영향이었을까?

10여 년 전까지도  회비 모금이 시작되면  국무총리 담화문이 게재되었다.  최근에는 시도지사 전국협의회 이름으로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십시일반의 기적

이렇게  시작된  모금운동은  국내외로 퍼져 나갔으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으로도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적십자회비는 6.25 전쟁 시 피란민 구제활동,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와 같은 크고 작은 재난 시 이재민 구호활동과  전후 가난한 나라의 빈민들을  위한 구제활동을 하는데  소중하게 사용되었다.  

근ㆍ현대사의 힘든 시기에 소중한 성금은  온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  십시일반의 기적을 만들었고 국민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되었다.


#  명암

이렇게 적십자회비는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갈수록 모금은 쉽지 않다.

2000년 이전에는 이통장들이 직접 모금했고, 이후 투명성이 문제 되자 지로용지 모금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세금납부형태의 지로용지로 오명을 입는다. 이후 법률에 의거  행정 안전부로부터 주소, 이름의 개인정보를 받아 보내지만   젊은 층의 민원은 커지고 심지어 일부 지자체 공무원  노조는 지로 배부를 거부 했다.  이제는 세대주 지로용지를 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모금방식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것은 아닐까?"

2000년 이후  많은 모금과 봉사단체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해외 아동 빈곤과 TV광고를 통한 정기후원 ARS 모금방식을 썼다.

그런적십자는 일편단심  국내 취약계층과 지로용지를 고집했지 않나 싶다.


이 위기와 도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인도주의 상징

적십자는 국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역사가 있고  세계가 인정하는 적십자 표장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국제구호단체이다.  

여러분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무력충돌 가운데서도  적십자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바로 적십자는 인도주의 상징이며 선봉이기 때문이다.


#바로미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2003년 단 한차례  적십자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곤욕을 치렀다.

지금도  장관이상 입후보자는 적십자 회비 납부 여부나 헌혈 기록을 검증하고 있다.

왜?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도덕성을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바로미터이기 때문이 아닐까?

매번 청문회에서 투기, 자녀 위장전입 입학, 봉사시간 허위기재,  논문 표절을 논하기보다는

"얼마나 나눔을  실천했는지?"

미담이 넘치는 자리가 되었으면 싶다.


#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역사는 면면이 흐른다.

21세기 들어  재난은 기후변화와 대형사고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인도주의 운동체로서  적십자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 회비 모금은

더  많은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

일제 강점기  그 어려운 시절에도 동포를 향한  인류애는 사라지지 않았다.


청연서에 쓰인 글을 다시 읽어보자.

" 조석에 한 술을 더시면  한 생명을 살릴 것이요.

두 술을 더시면 두 생명을 살릴 것이외다."

비장함이 묻어난다.


"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 드시는가?"


저 멀리에서 연말 구세군  종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RCY와 청소년 단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