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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수 Dec 01. 2022

김장&연탄

김장이나 연탄 이야기가 나오면  날씨가 쌀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맘 때면

빨간 김치,  까만 연탄 봉사활동이  우리 주위에서 시작된다.


#빨간 김치

현장은 분주하다.   탁자 위에는  절인 배추와 빨간 양념이 놓여 있다.  후원 은행 관계자, 봉사원들이 위생모, 비옷을 걸치고 면장갑 위에 빨간색 고무장갑을 끼었다.  

나도 복장을 갖추었다. 우습지는 않지만 어색한 것은 위생모 탓일 게다.


"양념을 적당히 바르세요"  

안내멘트에  따라  김치를 버무리기 시작한다.

"적당히 "  적당히란 말이  어렵다.


시작이란 소리가 무섭게  어머니 봉사원님들의 손길은 늘 빠르다.

"천천히 하세요"   " 빨리 하지 말고 정성껏  버무리세요"   


한바탕 전투를 치르듯이

이런 소리를 몇 번 지르다 보면

어느새

사랑의 김장김치는 먹음직스럽게 모습을 갖춘다.

다음은  10kg씩  스티로폼  용기에  김치를 담는다. 무게를 다 잴 수 없으니  포기수로 대략 맞춘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된다.

대개  김장 나눔의 봉사현장 모습이다.


한때는 여의도 광장에서 수십 개의 텐트를 치고 1억 원 치의 수만 kg의 김장을 담그기도 했다. 천안에서도 그랬다.  겨울철만 되면  김장 나눔이 봉사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김치 없이는 못 살아~나는 못 살아"라고 노래하던 시절이 언제였는가 싶다. 이처럼

김치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그런탓인지 점점 김장 나눔 봉사도 줄고 있다.


배추 가격이 금값일 때면 더 걱정이다. 김치 한 조각이면  오첩반상도 부럽지 않은 노인분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줄지어 서다.

한 번은 광주 사직공원 광장에서  김장행사를 한 적이 있다.  공원 부근이라  무료급식을 마친 노인분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김치 한쪽을 받기 위해  노인분들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한 가정에 10kg 한 박스를  전달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좋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김치 한쪽이라도 맛볼 수 있다는 게  어쩌면 더  행복한 나눔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연탄 배달

2007년 겨울 초입,  서울 노원구 어느 달동네

눈이 내린다. 그것도 펄펄 온다.

바람도 얼굴을 세차게 때린다.  아침 일찍부터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주운 나무로 붙인 불을 쬐고 있다.  그들은 국민은행 직원들과 적십자 봉사원들이다.  차가 들어가지 못한

골목길에  길게  줄을  서서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옮긴다. 리어카에 연탄을 싣고 배달도 한다.

연탄 한 장  한 장에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그날따라 날씨가 추워서인지 그 마음이 더 애틋했다.  연탄 덕분에 뜨거운 아랫목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사랑의 연탄 배달은  RCY단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매년 11월에  기부금을 모아 수만 장을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참여하는데

처음으로 연탄을 본다고 한다.


# 추억이 되다.

70~80년대는  대부분 연탄을  사용했다.  추운 새벽에 일어나 눈을 비비며  연탄을 갈 때도 많았다.  탄광 매몰 뉴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일가족 사망 등 가슴 아픈 일도 보았다.  그래도 산업화 시기에  연탄은 우리 삶의 보금자리를  따뜻하게 해 준 고마운 존재였나 싶다.  이런 연탄의 사용량은 점점  줄어  이제는 8만 가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연탄 기부는 줄었다고 한다.

아마도 연탄이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일까?  머지않아 연탄은  사라질   같다.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은  이렇게  연탄을 이야기한다.

"나를 전부라도 태워, 님의 시린 손 녹여줄 따스한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움으로 충혈된 눈 파랗게 비비며,  님의 추운 겨울을 지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함박눈  펑펑  내리던 날, 님께서  걸어가실 가파른 길 위에 누워,

눈보다 더  하햔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 "


힘들게 살았던 시절,  

이렇게  연탄은 우리에게  따뜻함을 주고  재가 되어서도  진흙탕길과 미끄러운 눈길을  메어 준  고마운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는  정겨운 추억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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