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무식하게 나이만 먹어버렸다.
곧 성인이라고 한다.
버려질 것만 같아서 불안하다.
스무 살이 되면 몸만 덜렁 내보내질 것 같아서 두렵다.
주변사람들에게도, 세상에게도 버려질 것 같아서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는 말도 남들보다 빨라서 좋겠다는 말도
이제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아서 괴롭다.
내가 지난 2년을 멍청하게 허비해 버려서 그래.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남들보다 더 빨리 갈 수 있는 기회였는데.
난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외모도 머리도 능력도 모든 것이 딸리는 주제에
차라리 남들보다 대학을 빠르게 들어갔다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 텐데.
나도 좋아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지만
변명할 권리도 나 자신을 옹호할 권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그걸 알아서 더 괴롭다.
관두고 싶다.
전부 관두고 죽을 때까지 잠이나 자고 싶다.
괜히 건드렸다가 더 망칠 것만 같아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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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3월의 글이다.
너 그때 많이 어렸고, 대학 남들보다 빨리 간다고 행복한 것도 아마 잠시였을 거야.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해.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아파해.
있잖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네가 지나던 날들 속엔 좋은 것들이 가득했어.
허비한 것도 아니야. 우리 예쁜 식물도 키우고, 바다도 보러 가고, 비록 학교에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건 못했어도 정말 값진 경험을 했잖아. 불안에 시야가 가로막혀서 보지 못했을 뿐이야.
나중에, 좀 더 나이 먹고 나면 많이 그리워할 거야.
너를 위해 쓸 시간도 적어지고, 예쁜 거, 좋은 거, 생각할 여유가 많이 없어질 거야.
하늘 보는 것도 힘들다고 울기도 많이 울 거야.
지금도 물론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있지만...
좀 시간이 지난 뒤에 보니까, 지난날을 좀 더 밝게 보냈으면 어땠을까... 후회가 많이 되더라.
그러지 마. 너무 깎아내리고 힘들게 하지 마. 좋아하는 것들 많이 보고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면서 살아줘.
지금 나한테 그때의 너는 너무너무 예뻐 보여.
보이지 않는 미래에 많이 불안하고 아프겠지만 그냥 행복하게만 살아줘.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