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이유

by 이지원

느지막이 눈을 떴다. 쳇바퀴 같은 삶. 무언가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어제와 똑같을 오늘. 기회라면 기회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엇으로 채워나가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었다. 그리 처지지도 붕 뜨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 여기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 또 늪으로 빠질 것이 뻔했다.


눈이 내리는 탓에 어제처럼 바깥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창문을 통해 멋진 경관을 볼 수 있었다. 하얀 하늘, 살짝 와닿는 차가운 공기, 포실포실 부드러운 눈. 직접 나가는 것에 견주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새로운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기운이 났다.


쌓인 눈은 아마 내일이면 단단히 얼어 빙판이 될 것이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눈을 보며, 외출은 모레나 그 이후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씁쓸한 맛이 나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외출까지 남은 시간을 어느 정도 벌었으니 기회로 삼아 나갈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느긋하게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포근한 조명, 적당한 사람 소리. 소소한 음식,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음료. 그런 것들을 찾고 있다.


새로운 소리와 새로운 풍경을 기억 안에 넣어보자.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만들어보자.


그렇게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오늘을 살아냈고, 내일도 무슨 일이 있지 않다면 눈을 뜰 테니까.


가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조차도 사치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약속이 잡히지 않는 이상은 굳이 돈을 쓰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히 있고 가까이 두고 싶은 것도 분명히 있는데, 마냥 아낀다는 이유로 그런 것들을 다 멀리하고 살아가기에는 주어진 삶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하나쯤은 만들고 싶다.

작은 꽃을 돌본다든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다든가, 하는 것들.


그렇게 마음 안에도 물을 줘야 얼마간 잘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점점 이 공간에도 싹이 트고 예쁜 식물이 자라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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