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원 Sep 12. 2024

새벽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하느라 잠을 잘 이루지는 못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나, 현재 진행 중인 일이나, 미래에 다가올 일들을 상상하고 그려내느라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면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주지만 삐끗하면 질퍽한 우울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만다. 어떻게든 우울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앉았다.


최근에는, 온전히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내가 헤아릴 수 있는 시간들을 모두 끌어모아서 가장 깊이, 진하게 행복을 맛보고 싶다.

이 순간만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만을 머릿속에 새기고 싶다.


 본능적인 부분과 연관되어 있는 걸까? 불안하고 괴로우면 자꾸만 행복을 떠올리지만 반대로 행복을 품에 안을 적마다 이 행복이 깨지는 순간이 그려진다. 그럴 리가 없다고 머리를 저어 생각을 내몬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발밑에 떨어져 파편이 맴도는 순간을 자꾸만 그려내다 어깨를 떨곤 한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러고 싶지 않은데.


 이런 생각이 들 때는, 억지로 억누르려 하기보다는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다.

감정을 다룰 때는 어린아이를 생각하면 가장 좋다. 특히나 어린 나를 생각한다.

내가 불안하고 괴로운 것은, 어릴 적의 내가 안에서 외치는 구조 신호라고 여기고 있다. 어린 나를 지켜봐 왔고 가장 잘 아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춘다.


 많이 무서웠구나.

 모두가 떠나버릴까 봐 두려웠구나.


 그리고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천천히 이야기한다. 떨림이 잦아들 때까지 안고 몇 번이나 어린아이의 등을 쓸어준다. 괜찮아, 괜찮아. 주문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유리파편으로 엉망이 되어있는 나의 가슴에 내가 또 외로움을 박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불안이 가라앉고 내가 잠이 들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이나 나의 등을 쓸고 안아 달랜다.


 기억 너머에서 울고 있을 내가 더 이상은 외롭지 않도록.

작가의 이전글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나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