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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Sep 15. 2024

곧 기억에서 사라질 꿈 이야기

 꿈속에서는 바닷가를 걸었다.

새까만 밤바다. 깨어나 보니 그 바다와 맞닿은 모래사장에 누워있었고 머리를 저어 정신을 차렸다. 하얀 모래를 툭툭 털어내었다. 시퍼런 달빛에 모래알이 빛난다. 흰 보석 같다고도 생각했다.


 몸을 일으키려 하니 바닷소리가 어깨를 눌러 도로 앉혔다. 노래를 듣기라도 하라는 듯이.

그래서 하라는 대로 얌전히 앉아 노래를 들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귀를 울린다. 구슬픈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달이 흘러내려 파도의 결마다 녹아들었다. 별도 스르르 녹아내린다.


  비어버린 노랫소리와 함께 하나의 하늘이 생겨났다.


 이제는 몸을 일으켜서 바닷가를 걸었다. 파란 달빛이 머리 위에서 맴을 돌다 부서진다. 바다 내음이 스며든 바람이 등을 감쌌다. 목덜미가 선뜩하다.


 사람의 기척이 없는 바닷가는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다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았다.

새카맣다.


 아니, 조금은 밝아 보인다.

부서져 스며든 달빛 덕분일까. 뚜렷이 보이는 움직임이 눈을 사로잡았다.



 빠져들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해서 서로를 채워줄 수 있다면 빠져들면 되잖아.


 그런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속이 울렁거린다. 그러나 결코 싫지만은 않다.


 그렇게 해서 사랑받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엉성하고 거친  생각을 만들어 내고선,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발이 푹푹 빠진다. 그러나 멈추지 않으리라. 발목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모래를 몇 번이나 뿌리쳤다. 나는 나를 저 안에 던져서라도 내가 가진 결핍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보잘것없는 생명은 빈 바다에 녹아들겠지.


 이제는 그 무엇도 발목을 잡지 않았다. 더 속도를 붙여 달리기 시작했다. 파란 바다가, 하늘이, 그 움직임이 부옇게 흐려진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찬바람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 나를 데려가줘요. 나를 품어줘요. 나를 집어삼켜 사랑을 보여줘요.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가슴이 아프다. 몸이 터질 것만 같다. 애달프고 쓰린,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씁쓸한 기분이 흐려진 마음을 끌어안고 빙빙 돈다. 입에서 찝찔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코피다.


그리고 그때쯤,


 나는 또 하나의 하늘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곳에 있던 나는 그토록 바라던 사랑을 찾았을까.

몸부림칠 정도로 짜다 못해 쓴 바닷물로 몸을 채우면서,

바다의 품에 안겨 가라앉던 나는 정말 그것을 사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부서지고 파괴되었을 뿐인,

쓰디쓴 꿈 이야기는 거기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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