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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by 이지원

여행을 왔다.

아주 오랜만의 가족 여행.
아무 생각 없이 즐긴 것도 참 오랜만이다.
이것저것 세세하게 긴 글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눈과 마음이 담은 행복만 이야기하고 싶다.

머리 위를 떠돌다 얼굴로 내려앉은 햇빛과, 유난히 짙은 푸른색의 하늘.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품은 바다.

발밑을 감싸 쥐는 하얀 모래 위를 걷다 보니 마음을 긁었던 불안과 걱정의 찌꺼기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별가루를 쏟은 듯한 물결과 상쾌한 바닷바람,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밀려오다 부서지는 파도가 좋았다.

바다가 품은 추위에 손등이 붉어져도 좋았다.

일상 속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향기와 소리, 풍경 속에 모든 불안을 날려 보냈다.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게.
행복만 남겨둘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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