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를 찾는 페이지

by 이지원

오래전부터 생각을 집 삼아 드나들었지만, 이제는 그 집이 더 깊어지고 넓어진 느낌이다. 대학 3학년을 눈앞에 두었으니 나아갈 방향을 정할 때가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좋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맡기기엔 아직 부족하다. 그래도 글을 놓고 싶지는 않으니, 주 수입을 책임질 일도 글과 연관이 되어 있다면 좋겠다. 어차피 쉬운 일이 없는 세상이라면 그래도 눈길이 가는 쪽을 골라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지금 당장 떠오르는 분야는 출판과 교정. 단지 마음만을 먹었을 뿐이고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 이 마음을 어떻게 살려내는지에 따라 그저 막연한 상상에서 그칠 수도 있고,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 능동적으로 진로에 대해 생각하고 어떤 길을 찾으려 하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이전까지는 그저 타인의 의견에 매달려 얌전히 끌려갈 뿐이었는데 말이다. 이제야 정말 내가 사는 삶이 된 것 같아 짜릿한 희열마저 느꼈다. 취업 상담을 받을 때마다 어물쩍 넘기며 나를 속이지 않아도 괜찮다. 남이 대신 고민하고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하는 지금이 좋다.


간단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우선 개강 이후부터 졸업 전까지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저 쓰기만 하는 것보다, 다양한 작품을 읽고 그 작품이 세상에 나온 목적과 감각, 흐름을 생각하는 연습을 한다면 좀 더 깊이 있게 책을 즐기고 생각의 폭도 넓어지지 않을까. 단순히 나만의 세상에만 빠져 있는 것을 넘어 트렌드를 파악하고 구성을 찬찬히 살핀다면, 글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에도 좋고 작품에 깊이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그런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세우고 걸어가 보려 한다. 힘이 닿는 곳까지, 살아있음을 느끼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벽의 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