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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물결

by 이지원

새까만 밤하늘이 익어간다.

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꿈을 꾸러 떠나면 그만이건만, 눈을 뜨고 뒤척이다 커튼 사이로 살살 기어 들어오는 밤바람에 옷자락을 잡히고 말았다. 이대로 깨어 있는 것을 들키면 분명히 꾸지람을 들을 것이다.


그래도 예쁜 문장이 몇 개 떠올랐으니 새벽의 향을 섞어 짧은 글이라도 써 보려 한다.


새벽 5시. 이 시간에도 깨어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드랍고 행복한 꿈을 꾸고 있겠지. 눈을 감은 채로, 얕은 숨을 쉬어 가며.

그렇지만 이른 시간부터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


설익은 잠을 안고 짠맛이 가득한 생각에 잠기는,

추위를 뚫고 출근길에 오르는,

고운 숨소리를 배경 삼아 꿈속을 거니는,

우리는 모두 사랑스럽고 대견한 사람들.



희미하게 단맛이 퍼지는 생각을 입에 머금었고

살며시 커튼을 걷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늘하고 깨끗한 향기 위로 첫 차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짙은 보랏빛 하늘에 희미한 잔물결이 일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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