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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

by 이지원


정확히, 사람이 사는 곳과는 다른 곳이라고 생각했다.

수십 개의 눈이 닿았다. 수많은 눈을 마주하고 수많은 눈이 얼굴에 닿고, 반대로 나의 눈을 남의 얼굴로 가져다 대기도 했다. 다른 공기를 몇 번이나 맡았고 싫은 것도 느꼈으며 좋은 것도 느꼈다. 머리 안쪽부터 달팽이의 집처럼 빙글 도는 것이, 어쩌면 세상의 마지막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보는 것은 분명히 피곤한 일이었다. 여러 사람이서 밥을 먹어도, 그다지 할 말이 없어 숟가락 위에서 뭉개진 몇 개의 쌀알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것에 그쳤다. 내가 가장 짐승 같아지는 시간은 밥을 먹을 때가 아닌가 싶었다. 사람의 말을 할 곳을 음식이 틀어막았다. 오로지 사는 것에만 집중했다. 나는 분명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장의 옷도 걸치지 않은 채로 부옇게 물든 욕실에 몸을 들일 때도 그랬다. 어떤 것에도 가려지지 않은 채로 드러난 몸이었다. 소리가 소리를 부르는 그곳에서 할 일이라곤 닦고 씻어내는 것이 전부였다. 눈치를 볼 필요도 억지로 웃을 필요도 없었다. 말에 대답할 필요도 없었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었다. 내가 담겼던 껍데기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정말로 웃었다. 낯선 기분이었다.


몇 번이나, 섞이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사람과 상호작용을 해야 할 때가 오면 필요한 행동은 모두 취하며 지냈다. 어울리지 않게 웃었고,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를 높였고, 감정은 필요한 것만 내보이고 다른 것은 잠시 눈을 감게 했다. 겉보기에는 잘 노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좋지도 않았다.


적응을 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사라진 것이라고 해야 할까. 무언가 뻣뻣한 사람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는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더 이상은 혼자 있어도 그리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정말 무던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다수의 사람 안에 잘 섞이는 것을 보기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남의 시선에 담아보면 가여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세상에서 홀로 보내는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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