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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겊 인형

by 이지원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작아지고만 있는 걸까.


보기 흉한 사람이 되고 있다. 그러니까, 전번에 크게 앓은 뒤로 점점 작아지고만 있다. 핥으면 핥을수록 막대가 드러나는 사탕처럼, 제 몸 따위는 아주 녹아 사라지는 그것처럼, 그렇게 작디작은 조각으로 잘리고 깎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나의 단면은 사탕처럼 매끄럽고 달지 못하다.


주말에는 크게 앓았다. 원래 이곳저곳 잘 아픈 사람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게 화근이었는지, 앓았던 몸살의 손길이 아직도 몸 이곳저곳에 남아있다. 얼굴 곳곳에 붉은기가 진하게 남았고, 머리카락은 가르마가 훤히 보일 정도로 빠졌으며, 아무리 관리를 하려 해도 북어포처럼 푸석한 얼굴이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는다.


가지고 있던 화장품으로 좋지 않은 안색을 가려보려 해도 소용이 없다. 진득하게 얼굴에 들러붙는 톤업크림을 바르고, 살구색의 팩트를 열어 쿠션으로 얼굴을 두드려도 먼지를 뒤집어쓴 헝겊인형처럼 부옇게 떠오른다. 바싹 말라 검게 착색이 되어버린 입술 주변도, 핏기 없는 입술도, 이십 대 초반을 지나는 사람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을 지나고 나면,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깨닫지 못한 사이에 완전히 눌러앉아 버린 눈밑의 그늘을 더듬었다. 갈수록 짙어지던 것이 이제는 돌아가는 길을 잊어버리기로 했는지, 눈가에 앉은 채로 비켜나지 않는다. 음울하고 습한, 생각을 티끌만큼도 담그고 싶지 않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곧바로 시선을 떨구었다. 사랑 따위는 받지 못할 얼굴이었다. 나의 것도, 너의 것도, 모두의 것도.


나의 힘은, 나의 건강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지금 나의 몸에서 가장 움직임이 많은 곳은 손가락이므로, 아마 나의 힘은 머리를 거쳐 손끝을 적시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가장 봐줄 만한 곳이 손밖에 없다. 그저, 사람의 손을 단 헝겊 인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내가 지금 삶의 끝을 달리고 있는 중이라면, 남은 삶을 거의 다 먹어치운 사람이라면, 더는 아프지 않게만 해달라고 빌었다.


가슴을 채운 은색의 톱니바퀴가, 조용히 잠들 수 있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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