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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살아 있다면

by 이지원

봐, 창문이 따뜻해졌어.


삼일 내내 뱃속에서 긴 손톱이 자라나 내장의 벽을 긁었다. 무엇을 먹어도 식도가 저릿하고 속이 쓰라려, 즉석밥에 물을 붓고 오래 데워 죽처럼 만든 것을 먹는다. 그나마 먹을 만한 것이 그런 것밖에 없다.

일반식을 먹어보려 어떻게든 애를 써 보았지만 조금이라도 거친 것이 들어오면 손톱은 다시 내장을 긁었다. 더 이상 음식의 맛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게 되어서, 나는 어디까지나 약을 먹기 위한 수단으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저녁때쯤 되면 이런저런 음식들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지만 그것을 이곳으로 불러낼 수가 없다. 살이 빠지고 피로감이 열매를 맺어 손끝에서 붉게 익었다. 정말이지 시들한 화초가 되었다.


병원에 가던 날에는 난생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탔다. 흙먼지가 날리는 곳을 벗어나니 벚꽃이 피어 있고, 사람이 많았다. 완전히 다른 곳. 거기에는 어린아이가 있었고, 짧은 다리로 주인을 이끄는 강아지가 있었고,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었다. 그 안의 낮은 죽지 않았고 생기가 가득했다. 모든 것이 살아 있었다.

음식은 마음껏 먹지 못하더라도 꽃은 마음껏 볼 수 있으니, 구석에 선 채로 길 건너편의 벚꽃을 보았고 동그랗게 핀 민들레를 보았다. 하나같이, 하나같이 살아 있는 것들 뿐이었다.


먹장구름이 머리 위에서 눈을 뜨더라도 좋았다. 잠깐 내린 소나기가 등과 머리에 앉아도 웃을 수 있었다. 하나같이, 모든 것이, 전부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도 해를 보고 바람을 맞고 약간의 비를 맞아야만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다.


나는 영락없이 살아 있었고, 가지 끝에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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