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의 허리를 끌어안고, 죽을 때까지 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입을 맞출 사람은 나밖에 없더군요.
모든 것이 다 괜찮다고 생각했으나, 가장 물컹한 머리 안쪽은 이미 제 기능을 잃은 듯했다. 그러니까, 오 년이 넘도록 외면하고 닫아왔던 것이 구물구물 기어와 등을 감싸고 뒤통수를 쓸었을 때, 적막이 낯설게 느껴지는 오늘 밤에, 나는 뒤늦게야 내가 죽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나는 무던하지 않았고, 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고, 나는 외로움에 지독하게도 내성이 없는 사람이었으며, 지나치게 무르고 멍청한 사람이었음을, 그리고 그것의 숨통을 오 년 내내 누른 채로 살아왔음을 알았다.
거칠거칠 마른 입술에 뜨거운 무언가가 닿았을 때, 그것이 미끄러져 턱에 맺혔을 때 나는 사실 적막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모두를 멀리하고 무서워하며, 사람의 틈에서 왜 뭉그러진 음식만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는가. 단순히 내성적인 사람이었을까, 불안이라 부르는 낯설고 익숙한 것의 손길이었을까, 아니면 내 정신이 파 먹혀 백 원짜리 동전 만한 구멍이라도 뚫린 걸까. 나는 정말, 정말로, 병든 사람일까.
이 방에는 공기가 있었으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정확히 나의 것. 나의 것. 나만의 것. 그토록 익숙하고 사랑했다 생각했던, 나의 것. 나의 모든 것이 거기에 담겨 있었고,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낯선 향기였으므로 나는 그것을 몸속에 들이밀 수가 없어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다고 민숭민숭한 타인의 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외로움도 무엇도 아닌 감정을 나는 허술한 손틈에, 그 아래에 숨어 떨고 있는 입술과 코에 욱여넣었다.
사람은, 모든 사람은 한계가 있잖아.
그러니까, 죽고 못 사는 사이라 해도 결국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거칠고 아픈 면을 보이면 안 돼. 숨겼던 것을 전부 쏟아내어선 안 돼. 제 삶만 지고 가기에도 힘들잖아. 모든 감정은 스스로 씹고 삼켜낼 줄 알아야 해. 드러내어선 안 돼, 절대.
누구의 가르침이었을까. 아마도 나의 것. 짧은 삶을 살며 짚고 터득하고 다듬어 자리를 잡은 그것. 목구멍 안쪽에 턱 걸린 채로 넘어가지 않던 그것을 나는 간신히 다시 떠올렸다. 방금 전 두 귀와 목덜미를 달아오르게 했던 감정이 조금은 사그라드는 것 같기도 했다. 가슴 안쪽이 울컥울컥 움직였다.
누구도, 나를 구원할 수 없어.
사람이 구원할 수 있는 대상은 자기 자신뿐이었다. 겉보기에 남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다 해도, 결국 마음을 먹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그러니까 남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런 감정 덩어리를 단순히 외로움으로 해석하고 온전한 타인의 구원만을 바라서도 안 된다. 모르겠어, 누군가는 손을 내밀어줄지. 그러나 그렇게 손을 내미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쨌든 흰 솜털이 온몸을 뒤덮은, 민숭민숭한 사람에게는 절대 손을 잡아달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그만.
이 이상으로 무언가를 게워내는 것은 그만하자.
내가 게워낸 것을 남에게 묻힐 수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