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물과 음식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더 이상 모든 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을 수도 없었으며, 잠과 눈물과 자해를 통해 도피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사는 게 맞는 일이라고, 정답이라고.
쉬었다 다시 돌아오는 것마저도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미, 열여덟 살 즈음의 나를 알고 있으므로.
모든 것을 그만둔 채 방구석에 틀어박힌 사람의 표정이 어떤지, 아주 잘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의 표정을 익히 알고,
어느 날 밤 들려왔던 아버지의 원성이 아직도 귓속에 박혀 있기 때문에,
저런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 가끔씩 들려오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성을 잃은 순간 다른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 위에서는, 아주 멀고 높은 저 위에서는
나를 얼마나 괴롭혀야 완전히 죽일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해.
다만 죽이지 않고, 그 경계에 걸쳐 있을 때 줄을 끌어당겨 건지는 거야.
몇 년이 더 지나고 나면,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내 등 뒤에 달린 줄을 끊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