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을 꺼뜨리면 불안이 살아나고, 그대로 살려두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벽에 달린 작은 전등만을 하나 켜두고 누운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저 천장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눈도 입술도 없다. 미워하고 사랑한다는 마음도 없으며, 뜨거워지거나 식지도 않는다.
조금의 생명도 없는 그것에게서 묘한 만족감을 얻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 변하는 것이 없다. 몇 날 며칠을 눈물만 흘려도 언제까지나 거기에 있다. 나무라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인형의 눈에 닿았다.
한 손으로도 가뿐히 들 수 있는 그것을 나는 잠자리 위로 가져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는 긴장감을 이 관계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당기면 당기는 대로 끌려온다. 쥐고 있는 마음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 재지 않아도 되었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으며 움츠러들 필요도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것이었다.
'식을 마음이 없다'는 것을 무생물이 가진 최고의 가치로 평가했다. 사람의 관계에서 무언가 부족하다 싶은 것이 있으면 무생물에게 달려가면 되었다. 그것은 지칠 일도 없었고, 포근한 것은 그저 포근할 뿐이고 단단한 것은 단단할 뿐이기 때문에, 타인을 지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빈 곳을 채울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었다.
나의 체온을 품은 인형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것은 물러서지 않았고, 지친 기색도 없었다. 몸에서 배어 나온 따스함이, 내가 흘려 넣은 말과 목소리가 그대로 다시 나온다. 부족한 것은 나의 것으로 채우면 그만이다.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흘려 넣으면 그만이다.
됐다. 팔 안에 있는 이 작은 인형의 마음은 결코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열정이랄 것이 없으므로 식을 것도 없다. 내가 죽을 때까지 흘려 넣은 말을 되풀이하고, 복실한 솜 사이로 품어두었던 체온을 되돌려주며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굳은 몸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짧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