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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도 살아있지 않다.


숲에 잠든 바위의 몸에 등을 기댄 채로, 거기에 녹아든 채로 나는 하늘을 보았다. 두 팔을 벌리고 거기에 드러누웠다. 새파란 잎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내렸고, 새의 노래가 숲을 누볐다.

고개를 돌렸을 때, 시선이 닿은 곳에는 은방울꽃이 있었다. 작은 종 세 개가 줄기에 매달려 있어, 조금이라도 흔들면 종소리가 울려 퍼질 것만 같은 생명이었다.


정말로, 몸을 감싼 옷가지를 벗어던진 채로 여기에, 그 생명 안에 녹아들 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

새파란 봄은 아직 눈 옆에 있지만 나는 이제 거기로 갈 수가 없다.


사람이, 사람이 서로 살을 비비고, 손톱을 세우지 않은 채로 손을 잡고, 꿈을 베어 먹은 듯 달콤한 얼굴을 하고서 걷는 것을 보았다. 내 목 위에도 기댈 수 있는 머리는 달려 있고 비빌 수 있는 살이 있지만, 손톱을 세우지 않고 잡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거칠하게 마른 입술을 물이 아닌 다른 것으로 적시는 나를 보았다. 설탕물에 혀가 젖고 목구멍은 바짝 달라붙어, 갈증이 더욱 강렬하게 살갗 밑으로 파고든다.


아, 나는 언제쯤 부스러질까.


머리를 받아 든 줄기가 바싹 마르는 것을 보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머리를 굴리고, 어깨 위를 비집고 올라간 일을 녹여내어 머리와 손으로 흘려보낼 수밖에는 없구나. 설탕물을, 뜨거운 색이 풀어진 설탕물을 내 줄기 안에 먹인 채로, 끝내는 반으로 갈라져 그 안을 보이겠지. 나는 그때도 정말 나인채로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그래도 같은 얼굴의 사람들 속에는 절대로 녹아들고 싶지 않았다.


발을 위로 들고, 두 어깨로 땅을 누른 채로 서 있으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내가 목 안으로 흘려 넣어야 할 해의 빛과 물을 만나지 못한 채로 살아야 할까.

도로의 곁에도 나무가 있고, 콘크리트의 틈에서도 민들레는 자라나는데.


내 눈을 가리지 마, 내 입을 막지 말아.

내 허리를, 그 위에 달린 목을, 머리를, 분지르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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