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책장을 빼곡하게 메운 책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돈을 지불하고 볼 만큼 가치 있는 글이란 어떤 걸까? 무료로 보는 글과는 달리 무언가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 것만 같았고, 퀄리티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만 같았다. 이 돈을 내고 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언젠가 내가 낼 책을 상상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글로 돈을 벌길 바란 적도 있었고, 때때로 기대를 품기도 했다. 적은 돈이라도 내 손에 찾아온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거야. 뜻깊은 일이잖아. 좋아하는 일이 나의 삶을 지탱하는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은.
그러나 그런 기대감을 한껏 품고서 나의 글을 읽은 순간, 꿈틀거리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어제 새벽, 나는 또 자리에 앉아 내가 쓴 글을 한참 동안 읽었다.
일 년 동안 써 온 글에는 내가 담겨 있었고, 나의 소원과 나의 시각이 담겨 있었다. 침침하고 습한 글이지만 그것에 위로를 받았다. 사계절 안에 녹아든 나의 모든 감정을 숫자 안에 묶어두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글을 써 온 나를, 그리고 그 곁에서 조용히 함께해 온 독자를 가로막고 싶지 않았다. 이 안에는 민낯의 내가 있었다. 나의 숨이 있었다. 어떤 것에도 묶이지 않는 듯한, 홀가분한 기분으로 글을 써내려 갔으니 나의 글을 어딘가에 묶이도록 두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좀 더 즐기고 싶었다. 사람들의 칭찬이나, 수익성보다도 글을 쓰며 자유를 느끼고 싶었다.
내 글은 돈을 벌기에는 아직 너무 여리고 작다. 더 살다가 언젠가 자연스럽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순수하게 글을 쓰는 것만이 아닌 '글과 가까이 사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된다면 그때 돈을 벌어도 괜찮다. 나는 아직 자라고 있다.
지금의 나는, 그저 계속해서 쓰고 싶다. 계속해서 나의 글을 돌보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나의 이야기가 나와 남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형태로든, 어떤 방식으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