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새벽이다.
고민도 걱정도 잘 떠오르지 않을 만큼 희게 물든 머릿속을 들여다본다.
무언가, 무르고 단맛이 나는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차고 단 복숭아. 충분히 익어 혀 위에서 녹는 그것처럼.
자꾸만, 어린 내가 떠오른다.
내 삶에 발을 담갔던 어린 사랑이 떠오른다.
어린아이, 강아지, 초록빛 새싹.
작고 보드랍고 말간,
아직 무엇 하나 묻지 않은 사랑스러운 이들.
사랑을 주고받고,
충분히 달큼한 향으로 마음을 적신다.
지난 추억이라도, 아이의 웃음소리와, 배가 볼록해질 만큼 분유를 먹고 잠이 든 어린 동물, 맑은 물과 해를 먹으며 자라는 새싹을 떠올리면
내 새벽은 더 이상 쓰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