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흘려보내려고 하는데.
나는 역시 사람이 가진 변화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융통성이 없는 것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나는, 뜨거운 죽은 언제까지나 뜨거운 죽으로만, 사람의 체온과 마음의 온도는 언제나 뜨거워야 한다고 생각해.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 마음의 모양은 언제나 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 때문에 이어나가던 것을 끊어낸 적도 있었고, 내가 사람 곁에서 떠난 적도 있었어. 사계절에도 끝이 있다는 건 아는데, 적어도 사람 마음은 좋았던 모양 그대로 이어졌으면 좋겠어. 어디까지나, 환상 같은 바람.
그래서 그런 사람이 있을 거란 기대는 갖지 않아.
그걸 함부로 입밖에 꺼내는 순간, 사람 마음은 더 불안하고 거칠게 튄다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누르고, 삼키고, 울며 매달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내고, 남의 옷자락 대신 나의 옷자락을 잡은 채로 버티고 있어. 그러다 잠들어. 깨어나면 세상 부정적인 것은 한 톨도 담아본 적 없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되고 말아. 말끔하게 갠 얼굴, 흐트러진 옷, 헝클어진 머리. 난 그런 모습으로 평생을 살고 싶어. 평생을 잠에서 깬 아이처럼 살고 싶어. 그렇지만 내 마음도 결국 사람의 마음이라, 언제나 같은 모양일 수는 없었어.
언제나 잠에서 깬 어린아이처럼 살 수는 없었어.
있잖아,
지난 꿈에서는 내 발끝에서 벌레가 태어났어.
하얗게, 하얗게 내 몸을 뒤덮어서, 날 양분 삼아 먹어치웠어.
너무 무서웠어. 누구라도 부르고 싶었는데, 아무도 부를 수가 없었어.
내 살을 빠는 것들을 손가락으로 집어 먼 곳으로 던졌지. 하나하나.
오늘은 몸이 달아서, 누운 채로 생각했어.
내가 알 수 없는 사람 마음의 뒷면을 한참 생각했어.
머리끝이 아주 조금 식는 것도 같았는데, 여전히 불안해서 좀처럼 식지 않더라고.
사람 마음의 너머를 보려 하는데, 잘 보이지가 않아. 눈이 흐릿해.
나는 그저 보이는 것을 믿으며 살아갈 뿐이야.
남에 대한 내 희망을, 손으로 붙잡은 채로 살아갈 뿐이야.
어쩌겠어, 남의 마음은 수수께끼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