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앞은 항상 고양이가 있던 곳이라, 들어갈 때마다 슬퍼져서 저녁도 먹지 않으려 했다.
그래도 날 먼저 챙겨야 언젠가 만났을 때 밝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죽을 끓여 먹었다.
하루 종일 울었으니 머리가 너무 아파서, 조금 누워서 쉬다가 늦게라도 설거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나를 보고 대뜸 날 선 한 마디를 던졌다.
"너 뭐 하냐?"
요즘 들어 자주 있는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그저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아버지는 말의 날을 세워 "뭐 하냐?"라는 한 마디만을 툭 던진다.
곧이어 아직 씻어놓지 않은 그릇을 보았는지, 거칠거칠한 중얼거림이 따라 들어왔다.
"씨, 먹었으면 설거지를 해 놔야 할 것 아냐. 이게..."
마음이 힘들어서 조금 뒤에 설거지하기로 했다고, 말이라도 해 둘걸. 나는 그렇게 후회한다.
조금 뒤에 엄마에게 듣기를, 아버지는 가족이 슬퍼하는 것을 못 보는 사람인데, 그 걱정을 꼭 거친 말속에 담는다고 하셨다.
그랬다. 아버지는 꼭, 언제나, 내가 작은 어린아이 일 때부터 "힘들었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꼭 걱정과 슬픔을 거친 말속에 담아 어렵게 표현하는 사람.
아버지가 술을 끊으면 그 거친 말속에서 해방될 거라 생각했는데, 술을 끊고 나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
내 방에 홀로 있는 나는 계속해서 의심에 시달렸다.
고양이가 죽어서 슬프니 설거지를 못하겠다고 하는 건, 사실 핑계였을까?
설거지까지는 하고 들어갈걸.
전에도 생각했지만, 이 집에 내가 있는 건 사실 민폐 아닐까?
그래, 아빠는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농담처럼, "자식들 다 필요 없어. 당신이 더 소중해."라고 하셨었지.
가끔은 사랑한다고 해 주셨는데, 이렇게 아빠가 거친 말을 할 때면 나는 아주 작고 쓸모가 없어져.
요즘은 아빠가 계속 거칠게 말을 하는데,
이제 난 필요가 없겠구나.
난 피가 이어진 가족한테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
짐덩어리, 애물단지.
부모님이 차라리 날 쫓아내셨으면 좋겠다.
내가 없는 집. 가장 좋은 풍경.
이렇게 한 소리를 들은 날에는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좀 기분이 나아졌는데.
이제는 그 고양이마저도 곁에 없다.
차라리 아까운 돈 들이면서 날 살게 하지 말고, 어릴 때부터 말씀하셨던 대로 날 쫓아내 버리면 될 텐데.
아빠 말대로, 난 이제 스무 살이 넘었으니 쫓아내 버려도 되지 않겠어?
뭐 하러 스트레스받으면서 살아, 아빠.
나의 아버지는 언제나 슬픈 감정을 거친 말속에 담았다.
가끔 텔레비전 속에서 나오는 전문가 선생님처럼, '그랬군요.'하고 이해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하려 해도,
왠지 두렵고, 싫고, 무서워서 나는 자꾸만 아버지를 피한다.
늦은 밤이 되어 다시 고양이를 떠올린다.
위로를 받고 싶은데, 집안에서는 그런 마음마저도 꺾이고 만다.
어쩌겠어, 내가 계속 날 다독이는 수밖에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