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곳

by 이지원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꾸준히 쓰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도무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무엇을 더 이야기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마음은 거의 같은 얼굴을 한 채로 맴돌았고, 사람은 여전히 얕게만 느껴졌고, 유일하게 흔들림 없는 사랑을 주었던 고양이는 새카만 그림자가 되어 집안 곳곳을 떠돌아다녔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싫었지만, 한편으로는 평생 이렇게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 곁에서 떨어져 사는 것이 나의 소원이었으니까. 내가 살아 움직이면 자꾸만 사람 곁을 맴돌게 되니까.


왜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두려운지 묻는다면, 그저 외면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중학생 때, 나는 오랫동안 함께할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는 것을 보았다. "저 애랑 놀면 너도 따돌릴 거야."라는 주동자의 말에 "네가 하는 짓은 옳지 않아."라고 반박했고, 그 결과는 철저한 외면이었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놀고 이름을 불러주고 웃어주던 아이들이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인사를 해도, 먼저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에 시선도 건네지 않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혼자 지내는 것에 적응했지만, 어쩐지 물과 기름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복도를 지나다닐 때마다 장난을 치며 걷는 동급생들을 수도 없이 보았는데, 전혀 다른 생물을 보는 것만 같아 낯설기까지 했다. 저러면 어떤 기분일까, 저러면 어떤 기분일까. 그들을 나와 다른 누군가로 바꾸어 상상하며 잠시나마 색다른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언젠가, 언젠가 내게 친구가 생긴다면.


나의 생각은 언제나 그렇게 태어나, 씁쓸함과 함께 흩어졌다.




장대비가 오랫동안 쏟아지던 날, 비를 무서워하는 강아지의 등을 매일같이 쓸어주다 생각했다.

'너랑 나는 꽤 많이 닮았구나.

바깥에서 홀로 버려진 채 쏟아지는 비를 오랫동안 맞았던 너,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입은 나.

이제 더 이상 비를 맞지 않지만, 먹구름이 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옆에 바짝 붙어 떠는 너.

이제 소중한 친구가 함께 있지만, 때때로 잔뜩 긴장하고 과거를 곱씹는 나.


비가 찾아올 때마다, 사람이 찾아올 때마다 한껏 작아지는 우리는 마음의 상처가 꽤 깊은 모양이야.

그래서 자꾸만 지난 일을 떠올리고, 다른 것과 겹쳐보고, 상처를 다시 바라보게 되나 봐.

상처가 깊으면 자꾸 눈이 가잖아.


사실은, 사실은 말이야.

우리는 본래 사람에게 기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할지도 몰라.

내가 집에 돌아오면, 너는 한껏 웃고, 신나게 꼬리를 흔들고, 얼굴을 핥지.

나 역시도 소중한 친구의 얼굴을 보면, 달고 따뜻한 기쁨이 차올라.

누군가가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면, 일주일이 행복해.


우리는 사람으로 인해서 상처를 입었지만,

그만큼 사람에게 의지하고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에 상처가 더 컸던 거야.

더 이상 다치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닫았을 뿐이야.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우리가 계속해서 안심시키는 수밖엔 없나 봐.

우리의 두려움도 부드럽게 인정해 줘야겠지.

백 번, 천 번, 만 번...

계속해서 우리를 달래고, 안다 보면 소란스럽던 마음도 재울 수 있을 거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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