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뚱거리며 걷던 어릴 적부터 숫기가 없었다. 항상 푹 가라앉은 듯한 기분. 분명히 나의 옆에는 바다가 없는데, 입을 벌릴 때마다 짠 바닷물에 가로막혀 말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의 얼굴은 언제나 물속에 잠겨 있었다. 큰 키를 가진 아이들은 언제나 웃고 있었는데, 나는 좀처럼 웃을 수가 없었다. 군중 속에 파묻히면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채로 주춤거리며 걸었다. 모든 사람을 건드리지 않도록, 마치 닿아서는 안 될 가시라도 본 것처럼.
저쪽에서 손 하나가 다가오면, 그것이 주먹이 되어 얼굴로 내리 꽂힐지, 아니면 부드럽게 펼쳐져 머리 위를 만질지 알 수가 없었다. 말도 마찬가지. 아무 의도 없이 한 말이라지만 나에게는 언제나 가시가 되어 날아왔다. 사람의 말은 언제나 배배 꼬이고, 길게 늘어났다 짧게 줄어들기도 하고, 뜨겁게 타오르는가 하면 손도 대지 못할 만큼 차게 식기도 했다. 해가 한 바퀴 도는 사이에 내가 기억에서 깨끗이 사라져 있기도 했다. 타인과 함께 있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예측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래서 온전히 나의 몸을 맡길 수가 없었다.
혼자 있다는 것. 너무나도 익숙한 것. 다시 말하면 사람의 손톱을 여전히 아프게 느낀다는 뜻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의 손톱이 무서웠고, 나의 손톱도 무서웠다. 이 손톱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가슴을 할퀼까. 내비칠 일이 없어 길게 자란 손톱을 황급히 등 뒤로 숨겼다. 옷에 걸리는 손톱을 볼 적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다듬고 싶지도 않았다. 언제 또 남의 손톱에 베일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새로운 새장을 만들고 내 정신을 그 안에 가두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자꾸만 상상하고, 살을 덧붙여 더 크게 부풀리며 괴로워했다.
'내일 아침에 밖으로 나가면 누가 날 죽일지도 몰라.'
해가 떠오른 뒤에는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을 잔뜩 채웠다. 지독한 생각에 몰두하다 새벽 공기가 얼마나 차가운 지도 잊었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법도 알지 못했다. 불안은 멈추지 않고 살을 찌웠다. 기가 막히도록 상상력이 좋은 탓이었다.
... 있잖아, 사람은 수도 없이 죽고, 서로서로 눈을 빛내다가도 그 눈을 손톱으로 후벼 파기도 해.
그게 내가 될 수도, 네가 될 수도 있겠지.
매일같이 새로 차오르는 불안은 어느 순간부터 출렁이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바위처럼 단단해진 불안이 어깨와 등을 짓눌렀는데, 나는 그렇게 짓눌린 채로 핏발 선 두 눈을 치켜뜨고,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방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곤 했다. 등 뒤가 새 빛으로 밝아올 때까지.
내 몸은 이미 차게 식어, 짓눌린 곳이 곪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먼지만을 마시고 살았다는 듯이 퀴퀴한 숨을 쉬었다.
팔과 다리가 끈적하게 바닥으로 녹아 붙는데도 하얗게 식은 눈에는 평온함이 비쳤다.
죽은 것처럼, 죽은 것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