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사

by 이지원

안녕, 참 오랜만이에요. 글을 쓰는 법을 이제야 다시 떠올렸어요.

왠지 모르게 이곳이 참 익숙해요. 오랫동안 여기서 글을 쓴 것 같아요. 무슨 글을 썼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래도 이곳이 좋아요.

최근 우울증이라는 병을 얻었어요. 병이라고 하니 너무 슬퍼 보여서, 그냥 새로 붙은 이름이라 생각할래요.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사회공포증... 참 많은 이름이 붙었지만, 그래도 우울증이 가장 덩치가 크대요. 그래서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고 있어요. 이제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 가네요. 약의 영향으로 스트레스를 준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왕래가 드문 사람들의 정보를 잊어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제 삶은 행복해요. 아침이 이제 무섭지 않고, 커튼을 활짝 열게 됐어요. 가을날 단풍이 얼마나 예쁜지도 이제는 알아요.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도 생생하게 느껴요. 온 힘을 다해 스스로를, 타인을 사랑하고 있어요. 약효가 떨어질 땐 다시 공황이 오긴 하지만 그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평온해요. 다가올 계절이 기대가 되어요.


가을에는 예쁜 단풍 구경을 하고 있으니 이제 겨울에는 하얀 눈을 밟고, 작고 귀여운 눈사람도 만들겠지요? 봄에는 가장 좋아하는 벚꽃을 보고, 여름에는 달고 시원한 수박을 먹을 거예요. 사계절마다 바뀌는 바람냄새, 두 발을 받쳐주는 땅과 머리 위의 하늘을 더 선명히 느끼겠지요. 좋아요. 내일이 기대가 되어요. 온 힘을 다해 살고 싶어요.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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