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주세요

by 이지원

집요하다. 정말 집요하게 머릿속을 갉아먹는다.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우울을 겨우 약 몇 알로 지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약이 듣지 않아 불안하다. 내 머릿속에서 내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죽어.

차라리 죽어버려.

그러면 깔끔하잖아.

너는 살아있어 봤자 모두에게 민폐야.

정신이 나약해 빠졌어.

그것도 기억 못 해?

차라리 그때 죽었더라면.

차라리 그때 네가 죽었더라면...


잠들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이 말들이 울린다. 동시에 심한 두통이 찾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나를 때리고 싶다는 충동이 찾아온다. 견딜 수 없이 내가 싫지만, 이 조롱들은 나를 때린다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아주 잘 알고 있다. 오래도록 겪었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 약을 통해서 찾아낸 잠깐의 평화가 못 견디게 그립다. 다시 제자리걸음. 또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언제쯤 이 조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언제쯤 고통을 벗길 수 있을까. 가슴 안쪽이 답답해 견딜 수가 없다. 약을 전부 모아 입안에 털어 넣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으며, 나는 다음 진료일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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