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바꾸었다. 기존에 먹던 약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더욱 깊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기존 약을 처음 먹었을 때, 마치 환상의 나라에 초대된 손님처럼 행복했다. 나답지 않게 긍정적인 말을 많이 했고, 구름을 탄 것처럼 몸이 가뿐했다. 세상이 더욱 포근하고 따스하게 보여서, 얼굴 가득 달콤한 미소를 피우며 살았다.
숨통이 트였고, 머릿속이 말끔했다.
그러나 복용 7일 차에 접어들자, 환상은 사라지고 다시 죽음을 향한 충동이 찾아왔다. 정신이 몽롱하면서도 그 충동만은 뚜렷했기에, 이대로 두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무서웠다. 나는 실제로 벨트나 가위, 샤워기 호스 등을 보고 강한 충동을 느꼈다. 만약 그것들이 내 목을 조른다면, 만약 그것들이 내 몸에 상처를 입힌다면, 나는 이 자리에 살아있을 수 있을까. 수많은 형상들이 머릿속에 쏟아졌다. 차게 식은 내 몸이, 내 눈이 싫었다.
죽음을 연상하는 모든 물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었다. 샤워기 호스는 치울 수가 없어서, 눈을 질끈 감고 최대한 빠르게 샤워를 마쳐야 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내 머릿속에는 어떤 속삭임이 계속 차올랐다. 그는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들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읊었다. '정신병자', '죽는 게 낫다', '모두가 널 죽이려 한다'라는 말들이 24시간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 갇힌 느낌이었다. 내가 나를 짓밟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를 다정하게 쓰다듬던 내가.
걱정을 건네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죽이려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거슬렸다. 내가 거슬렸다. 사라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락도 받지 않으려 했다.
내가 봐도 나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결국 진료일이 다가오기도 전에 병원으로 달려가 약을 바꾸었다.
이번 약은 아주 천천히 스며들었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속이 뒤집힐 듯 메스껍고, 두통이 심할 뿐이었다.
새로 바꾼 약을 복용하니 머릿속에서 울리던 속삭임은 멈추었고, '사람들이 날 죽이려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멈추었다. 이런저런 잡생각은 있지만 죽음으로까지 향하지는 않았다. 마치 머릿속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같았다. 기존 약과는 달리 잠이 오지는 않지만, 일단 죽음에 대한 생각을 멈추게 된 것만으로도 안도했다. 이번 약이 부디 몸에 잘 맞았으면 좋겠다.
맞는 약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내 일이 되고 나니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복용 후 감정의 변화도, 신체에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도 나에게는 어렵고 버겁다. 혹시나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힐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치료를 시작했으니, 꼭 잘 맞는 약을 찾아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약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마음이 안정될 수 있도록 많이 다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