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고 있긴 한가요?

by 이지원

여러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나서는 잠에서 깬 듯한 정신으로 살고 있다.

학교는 쉬기로 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기분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리 좋지도 않다.

이제는 기쁨과 슬픔을 과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굽실거리지도 않는다. 때때로 죽을 생각을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잠에서 깬 듯한 느낌.


"우울증이 아주 심해요. 이 정도면 대학병원에서는 입원을 권할 수도 있어요."


최근에 간 병원에서는 그런 말을 들었다.

좋다고도, 싫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잘 모르겠다. 그렇게 심한 걸까? 단순히 생각이 많은 것 아니었을까? 지금은 죽고 싶다는 생각도 오래 하지 않는걸.


그런 생각을 하다가, 왠지 외로워졌다.

나도, 가족도, 오래 붙어 지낸 지인도 나의 우울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어떤 질문도 곪아버린 마음에 정확히 꽂히지 않는다.


아주 공허한, 그러면서도 아주 복잡한, 묘한 기분.

그렇지만 오랫동안 눌어붙어 있던 무기력을 약물이 조금 걷어내주었고, 이제는 운동도 산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식욕은 여전히 없지만 조금이라도 먹으려 하면 먹을 수 있다.

나아지고 있다고 믿으려 한다.


내가 죽지 않기를,

내가 계속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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