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볼 수 없는 곳

by 이지원

나를 잘 모르겠어.

하루 종일 걸어 다녔으니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잠드는 것이 쉽지 않다. 수많은 생각이 들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휴대폰을 더 보고 싶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내가 정말 아픈 사람인지 모르겠다. 익숙한 생각을 하루 종일 헤집고, 홀로 이동할 수 있는지 자꾸만 되묻고, 용기가 나지 않아 포기하려 한다.
가족들에게 세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 것이 무섭다. 대중교통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도 사람이 무섭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이 싫어. 무서워. 하지만 내가 죽지 않으려면 사람이 필요해.

"혼자 두지 마세요. 가족분들의 보살핌이 필요해요."

환자를 보고는 꼭 하는 말이지. 마음의 병이든, 몸의 병이든, 아플 땐 보살핌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자존심의 문제인지 무엇의 문제인지 자꾸만 돌봄을 밀어내고 싶어진다. 죄책감이 크다. 절대 의지로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아도, 내가 나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생각을 해 봐, 부정적인 생각을 그만둬봐.

그런 말들은 딱딱하게 굳은 마음의 병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머릿속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느낌이야.
전속력으로 달리는 생각 안에서, 끝을 찾다가 결국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고야 마는 것.
아주 불쾌한 기분.

나는 나를 잘 몰라.
나를 둘러싼 사람들도, 나를 잘 몰라.

죽어야겠어. 그렇지만 사실은 죽고 싶지 않아. 죽으면 편해질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아. 사실 죽음이 가진 의미도, 그것이 몰고 오는 슬픔도 어렴풋이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나는 왜 고양이가 돌아오지 않는지, 왜 죽음을 바라본 사람들이 그리 슬퍼하는지 잘 몰라.

'모른다'라고 표현을 하지만, 정말 모르는 걸까?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머리가 하얗게 물들지만, 나의 죽음을 떠올릴 때만큼은 가장 명료하고 또렷하게 깨어난다.

나의 마음을 설명할 단어는 '모른다'밖에는 없다.
죽고 싶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간절히 살고 싶다.
한 번쯤 행복하게 웃고 싶고, 사람이 가득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그렇게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무리 없이 해내고 싶어.

해가 지는 저녁도, 깜깜해진 밤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살려줘.
나를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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