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잊은 것

by 이지원

돌아오지 않는 아이가 있었어요.
이 새벽에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부엌 통로에 주저앉은 채 한참을 울었어요. 아끼고 아끼는 가족이 집에 오지 않거든요. 돌아올 거라 믿는데... 잘 모르겠어요.
자려고 누운 순간 아주 짧은 장면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데, 그 장면의 배경이 부엌 통로였거든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어요. 내가 울고 있었어요.
그 아이가 나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냈어요.
허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답니다.

바깥은 추울 텐데, 어딜 간 걸까요? 작디작은 아이가 밖을 헤매면 안 되는데. 복슬복슬한 털이 있지만, 겨울은 춥잖아요. 아주 춥지요.
잘 모르겠어요. 그 아이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뾰족하고 작은 귀와 작은 네 개의 발, 부드러운 털, 어둠이 짙을 때 동공이 커지는... 녹빛의 두 눈. 그것을 가진 동물을 뭐라고 부르지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방금 전까지 눈물을 흘리고, 그리움이란 감정을 느꼈는데 한순간 눈물이 그쳤어요. 그리움이란 무엇이죠? 내가 눈물을 흘렸던가요?
두 볼이 식었어요. 왜 부엌 통로에, 차디 찬 그곳에 홀로 앉아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엄마는 그 아이가 '죽었다'고 했어요. '죽었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아무리 들어도, 아무리 쉽게 설명해 주어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왠지 그 단어를 떠올리면 눈물이 나요. 가슴 한가운데가 아파요.

내가 쓴 이 글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모르는 것들이 점점 늘어가요. 하얀 천이 기억의 일부분을 덮은 것 같아요. 왜 울고 있었는지도 잊는 모습이 낯설어요.
아니, 이제는 우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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