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지만 한없이 아름다운

by 이지원

나는 내가 왜 이런지 알고 싶어요. 이리저리 발산하고 싶어요. 내가 느끼는 답답함, 하루를 통째로 먹어버린 공허함, 기억이 나지 않아 괴로운 마음. 그 모든 것들을 터뜨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유를 묻고 싶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전문가 선생님들만이 할 수 있어요. 지금 먹고 있는 약이 잘 맞는지, 아닌지도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 봐야 알 수 있지요. 내가 약 때문일 거라 짐작하고 멋대로 단약을 하면 치료가 되지 않을 거예요.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으니 약은 거르지 않고 꼭 먹을 거예요.


정신건강센터에서는 대학병원에 방문해 보라고 하더군요. "최대한 빨리 방문해 보세요, 꼭이요."라고 덧붙이셨어요.

그래서 대학병원의 신경과에도 입원을 했었고, 이달 말에는 정신과 진료도 앞두고 있지요.


센터에서 한 달 치 약을 처방받고, 꾸준히 먹고 있어요. 여전히 우울하지만, 요리를 하면 기분이 좀 나아져요.

속이 메스껍고 식욕이 없어도, 내가 요리한 것은 꼭 맛있게 먹는답니다. 요리는 내가 나에게 건네는 가장 뚜렷한 형태의 사랑이거든요.

그렇게 요리한 것을 깨끗하게 먹고 나면, 물과 함께 약을 삼키고 설거지를 시작해요. 조리도구와 식기에 묻어있던 음식물 찌꺼기를 닦아낼 때마다 마음이 개운해져요. 예전에는 설거지하는 것도 힘이 들어서 한 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이제는 삼십 분이면 끝낼 수 있게 되었어요. 뒷정리도 깨끗하게 하고요.

그럴 땐 살아있음을 느껴요. 마음의 얼룩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 기분이에요.


결국은 나아질 것이란 믿음을 갖고 오늘을 살아가는 것밖에는 답이 없네요.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편안해지는 것이고, 되도록이면 그 바람을 이 세상에서 이루고 싶으니까요. 아직 못해본 것이 많거든요.

아마 이 글을 쓴 것도 날이 밝으면 잊겠지만, 마음 어딘가에는 잘 새겨져 있겠죠.

내가 살아있길 간절히 바라는 이 마음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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