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게 죽음을 강요하는 걸까요, 삶을 강요하는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아있기를 택하잖아요. 그게 본능이고, 나도 그렇고요. 난 아픈 건 싫어요. 그래서 죽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내가 살아있으면 머릿속에선 자꾸 내가 죽는 모습을 그려내요. 그리고 그걸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마구 떠올리다가, 그렇게 잠들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또 죽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후회했다는 것을 후회하고, 또 사는 것을 선택해요.
사실 아픈 게 싫어서 그래요. 어설프게 시도했다가 더 일이 커지는 것이 싫어서 그래요.
모르겠어요. 나는 이 고리를 끊고 싶어요. 한없이 행복하게 살거나, 한없이 우울해하다 확실하게 죽거나. 둘 중 하나만 하고 싶어요. 사람의 삶에서 온전히 하나의 감정만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요.
지친 것 같아요. 확실히 지쳤어요. 그래서 이리 죽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나를 쉬게 해주고 싶어요. 이제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나쁜 꿈도 꾸기 싫어요.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삶도 싫어요. 계속 이렇게 외롭게 사는 것도 싫어요. 꽃향기와 계절 냄새를 맡아도, 파란 하늘을 보아도 웃지 못하는 내가 미워요.
나는 죽음 건너편으로 가보지 못했기에, 그곳이 어떤지 몰라요. 내가 경험하고 있는 삶이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가보지 못한 곳에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죽음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거의 대부분 살아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들.
나는 다시 하늘과 나무와 꽃을 보고 웃을 수 있을까요?
내 손을 잡아줄 수 있을까요?